<사설>이제야 가닥잡힌 통일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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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년 넘게 혼선을 빚으며 방황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金泳三정부의 통일정책이 8.15경축사를 통해 새롭게 단장됐다.경축사에 제시된 對北정책과 통일방안들은 전에 비해 획기적이라거나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그러나 보다 종합 적이고 일관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어차피 새로운 상황에 맞게 새로 補完한 내용이지만 이번 경축사는 통일의 기본철학과 원칙을 명시하고 혼란스러웠던 통일방안을단순화해 명확히 정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이제 혼선에서 벗어나가닥이 잡히고 있음은 평가할만 하다.
金泳三대통령이 밝힌 통일의 기본철학은 자유민주주의로 집약된다.이 원칙은 『自由없는 民主가 있을 수 없고,민주없이는 진정한자유와 平和가 있을 수 없다』『통일을 추진하는 우리의 기본철학역시 자유와 민주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데서 분명히 나타난다.統一韓國의 미래는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는 신념이다.
통일에서 北韓이 중시하는 南北韓간의 권력배분문제나 계급.집단중심의 이념문제보다 인간중심의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것도 같은맥락이다.결국 북한지역까지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강력한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그러한 의지와 자신감은 南北韓사이의 체제경쟁이 『이미 끝났다』고 斷言하고 있는데서도 엿볼 수 있다.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對南 赤化전략의 포기,이산가족및 억류자문제의 해결을 포함한 인권문제의 개선등 정책의 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이 제 북한의 의사가 어떻든 개의치 않고 기본적인 원칙은 분명히 해두고 對北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이다.
통일방안에서도 정권출범 초기에 표방했던 이른바 「3단계,3기조」통일방안을「한민족공동체 3단계 통일방안」으로 단순화한 것도주목할만 하다.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국민합의.공존공영.
민족복리라는 이른바 「3기조」란 말은 쓰지 않기 로 했다.
북한정권의 안정을 통한 공동번영을 바라고,흡수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은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이번 경축사는 金泳三정부가 주도적이고도 능동적으로 南北韓관계 개선과 통일정책을펴나가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시대적 흐 름이나 당위성으로 보아 올바른 가닥을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원칙의 문제일 뿐이다.이러한 원칙을 어떻게 실현하는가 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일이다.현실적이고도 실천가능한 구체성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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