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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타결 방사화학실험실 봉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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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北-美 3단계 회담의 합의사항중 방사화학실험실을 봉인,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하에 두기로 한 것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이는 방사화학실험실이 플루토늄을 추출,핵폭탄을 제조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이른바 재 처리시설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영변 핵단지에 위치한 방사화학실험실이 서방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92년 5월 북한이 IAEA에 16개의 핵관련 시설을신고하면서부터다.이때 북한은 방사화학실험실이 9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이며 당시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 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의 길이가 1백80m,6층 높이의 이 방사화학실험실은 완공될 경우 연간 2백t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용량인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시설이다.때문에 40%공정이면 이보다 적은 80t 내외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 할수 있 고,86년 가동을 시작한 영변 5㎿급 원자로의 연간 사용후 핵연료 생산량이 50t 규모이므로 최소 핵폭탄 1~2개는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서방측은 분석했다.
방사화학실험실내에서도 재처리의 핵심은 소위 핫셀(Hot Cell)이라 불리는 재처리 라인이다.핫셀내부에는 사용후 핵연료의해체.절단과 우라늄및 플루토늄을 분리하고 추출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고 외부에는 이를 조작할 수 있는 원격장치인 매니퓰레이터가 여러대 설치돼 있다.두꺼운 납유리로 된 창을 통해 조작하게 된다.
재처리는 단순한 화학공정으로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방사능을 완벽하게 차폐해야하고 부식등도 막아야하기 때문에 방사화학실험실 그 자체를 건설하는 것은 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회담에서 방사화학실험실을 봉인키로 했다는 것은 건물의 대문이나 출입로를 봉쇄하기로 했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같은 각종 재처리 설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봉인은 특수 광섬유를 이용,장치의 조작을 막는 것으로 택시미터기의 조작을 금하기 위해 납으로 봉인된 철사를 둘러치듯 재처리 설비의 핵심부위에 광섬유를 여러 가닥으로 배열한 후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다.이렇게 봉인된 장치는 절대 몰 래 조작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따라서 북한이 재처리 설비의 봉인에 동의한 것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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