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상영 부산시장 자살 일파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안상영 시장과 오랜 친구 사이다. 4일 의원총회에서 "고등학교(부산고) 1학년 때 짝이었다"고도 말했다.

崔대표는 "50여년 친구라서 잘 아는데 安시장은 복마전이라는 서울시 건설 부문에서 30여년 일하면서도 비리에 거론되지 않은 깨끗한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이 말을 하다가 두 차례나 울먹였다.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데다 崔대표의 개인적인 인연까지 겹쳐 安시장 자살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신속했다.

우선 이 사건을 "권력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했다. 자체 진상조사단(단장 이주영 의원)도 구성했으며, 5일 소속 의원 전원이 부산에 조문을 가기로 결정했다.

홍사덕 총무는 "신지배세력의 총선 승리를 위해 권력의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정 행정을 총 책임진 사람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까지도 시사했다.

崔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비리)사건이 터져 부산에 가 安시장을 만났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 올 때마다 같이 손잡자고 해 다른 방법으로 돕겠다고 얘기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의 회유와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한나라당에 남은 安시장은 구치소에서 죽음을 택했고, 변절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盧정권에서 환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야당 자치단체장 빼내가기에 이은 강압수사가 安시장을 자살로 내몬 원인임을 부각한 것.

긴급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은 신중론도 제기했다. 김형오.김광원 의원 등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확대재생산한다는 여론의 지적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부산 빈소를 방문한 崔대표는 "설 연휴 때 安시장을 면회했더니 '못 견디겠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며 "현 정권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강경한 대응을 지시했다.

한나라당의 공세에 민주당도 보조를 맞췄다. 상황 인식이 거의 같았다. 조순형 대표는 "충격적"이라며 "교도행정의 난맥상에 대해 법무부 장관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인권 유린과 강압수사가 없었는지 한점 의혹없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安시장 자살사건은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말 시작된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에 위축돼 상황 반전을 모색해온 야당으로선 그냥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 목소리로 여권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건 이런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청와대는 애도를 표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윤태영 대변인)고 했다. 열린우리당 김정길 상임중앙위원은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라며 "安시장의 자살을 정치적으로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려는 것은 고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부영 위원도 "한 사람의 죽음을 각 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정치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이번 사건이 부산 지역의 민심을 자극해 행여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며 수군거렸다.

박승희.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