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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둔화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증시, IT 버블 붕괴 같은 상황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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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월가의 비관론자’ 스티븐 로치(61·사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이 세계 경제와 증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1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매경지식포럼에서 “곧 경기 침체가 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2000년 기술주(IT) 버블 붕괴와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6년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2000년 미국 경기 침체를 예견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미국 경제(GDP)의 72%가 민간 소비에서 나왔다. 그런데 소득이 늘어나서 소비가 늘어난 게 아니라 자산(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부의 효과’에서 나온 돈으로 소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상승세가 꺾인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 둔화로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중산층이 부상하더라도 이들의 소비 규모는 1조 달러에 그치는 수준이라 미국의 소비 규모(9조6000억 달러)를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시아 경제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했다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하다”며 “결국 미국 경기 침체에 따라 아시아 경제도 위축되고 증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아시아 증시의 탈동조화를 부정한 것이다. 아시아 경제가 수출에 의해 지탱되며,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은 미국이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마치 7년 전 IT 버블 붕괴 시절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도 IT 주식의 시총이 시장 전체의 6%에 불과해 문제없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S&P 지수는 40% 이상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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