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뱃속'과 '배 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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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글을 오랫동안 다뤄 온 사람일지라도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띄어 써야 할 것 같은데 사전을 찾아보면 붙이게 돼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띄어쓰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뱃속’처럼 ‘-속’이 붙는 단어들이 그런 골칫거리 중 하나다. “건강 검진 중에 그의 뱃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 건강검진 중에 그의 배 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어느 쪽을 쓰는 게 옳을까? ‘뼈 속’이 맞을까 ‘뼛속’이 맞을까? ‘머리 속’ ‘머릿속’은?

위의 단어들은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뱃속은 “그는 뱃속이 검은 사람이니 조심해야 한다”처럼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배 속에 나비가 든 것처럼 불편했다”와 같이 배의 안쪽을 뜻할 때는 띄어 써야 한다.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뼈 속에서 오래된 파편이 발견됐다”처럼 ‘뼈 속’이라고 띄어 쓰면 뼈의 안쪽을 의미하고 “원한이 뼛속에 사무쳤다” “그 일을 뼛속 깊이 후회한다”처럼 붙여 쓰면 골수(骨髓)란 뜻이 된다. ‘머리 속’ 은 육체적인 머리의 안쪽을 의미한다. “머리 속에 종양이 생겼다”와 같은 경우다. ‘머릿속’이라고 붙여 쓰면 ‘상상, 생각이 이뤄지거나 지식 따위가 저장된다고 믿는 머리 안의 추상적인 공간’을 뜻한다. “그 생각만 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와 같이 쓰는 게 그 예다.

그 외에 몸속·콧속·입속(口腔)·귓속·빈속(먹은 것이 없어서 시장한 배 속) 등과 물속·땅속·산속·꿈속·빗속(비가 내리는 가운데) 등도 띄어서 쓰기 쉽지만 붙여 쓰는 게 맞는 단어들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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