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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떼쓰는 勞組가 외국투자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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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매각 저지, 독자생존'을 요구하며 4일 과천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중국 란싱그룹과의 인수협상이 계속되면 전면파업에 들어간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소진관 사장이 "이러다간 모두 망한다. 살 길은 매각뿐이다. 파업만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쌍용차는 지난해 3천2백억여원의 순이익을 내고 빚도 줄이는 등 경영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까지 경쟁국인 중국에 넘겨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무슨 명목이라도 노조가 채권단의 '매각'결정에 반대, 회사 실사(實査)를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노조의 권한 밖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 매각 여부는 '경영권 영역'으로 노조가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 대법원은 '기업 매각 등은 핵심 경영권 사안이며, 경영권과 노동권이 충돌할 때는 경영권이 앞선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국제 입찰을 통해 란싱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제값을 받느냐는 것이지 지금 와서 매각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자는 요구는 말이 안 된다.

독자 생존도 논리가 약하다. 자동차 업계는 공급 과잉으로 시설투자와 기술개발비를 쏟아부어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물며 쌍용차는 "투자를 보류하고 최소한의 복리후생비도 줄일"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렵다.

더구나 란싱은 고용안정과 함께 기술개발 등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는 우선 약속이 지켜지는지를 지켜보는 게 순서다. 란싱 인수가 무산될 경우 쌍용차는 워크아웃 중단→법정관리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머리띠를 둘러맨 노조의 격렬 시위로 부실기업의 해외 매각이 무산되면 '한국의 격렬 노조'에 대한 해외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와 한국 경제의 회복은 더욱 멀어진다. 노조는 蘇사장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