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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발명포상금 2백억엔' 승소 나카무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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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리나라(일본)를 사랑하지만 우리나라의 시스템에는 실망했다."

2천2백억원의 보상금 지급 판결로 하루아침에 세계적 유명인사가 된 나카무라 슈지(中寸修二.49)교수가 4년 전 일본을 떠나며 했던 말이다.

이후 모국을 등지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대 재료공학부에서 학생들과 함께 발광(發光)물질 연구에 몰두해온 나카무라 교수가 저술한 책 '좋아하는 일만 해라'(사회평론刊. 예영준 옮김)가 4일 한국어로 출간된다.

책에는 일본 니치아(日亞)화학공업에서 수조원대의 가치가 있는 청색 발광 다이오드(LED)를 혼자 개발하게 된 과정과 2만엔의 포상금에 배신감을 느껴 회사를 상대로 2백억엔을 청구하는 소송을 하게 된 사연 등이 담겨 있다.

"일본은 연구자의 의욕과 창의성을 샘솟게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1993년 청색 LED를 발명해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었을 때도 나에게 돌아온 것은 별게 없었다. 일본식 평등주의 밑에선 연구자의 의욕이 살아날 수 없다"고 지적한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에 있는 선후배.동료들이 나와 같은 일을 당하지 말라는 뜻에서 소송을 했고 책도 냈다"고 말했다.

책에서 그는 "참고 일하다 보면 반드시 (회사의) 보답이 있을 거야"라는 헛된 믿음을 버리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을 "인내심이 없다"고 폄하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일손이 부족한 고도 성장기에 감언이설로 사원을 유혹했던 일은 깡그리 잊고 이제 (구조조정을 하며)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래 기업이란 그런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회사의 반대에 부닥치자 "실패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선언한 뒤 LED연구를 계속하고, 신기술의 공개를 꺼리는 회사 몰래 자신의 기술을 특허낸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대학은 실무 능력과 창의성 없는 엘리트를 배출하고, 회사는 연구 개발 능력보다 상사의 지침에 잘 따르는 품성을 요구하고, 학계는 연구 내용보다 인간관계에 의해 논문을 평가하는 '일본식 시스템'은 틀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존중하고, 연구자는 연구 결과를 사업적 아이디어로 승화하는 미국식 풍토와 대비했다.

일본 에히메(愛媛)현에서 태어나 도쿠시마(德島)대학을 졸업한 뒤 세계 최초로 고휘도 청색 LED를 개발했으나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에 실망해 미국으로 건너간 나카무라 교수.

그는 일본의 직장인과 회사를 향해 "사원은 회사에 대한 환상이나 응석을 버려야 한다. 회사도 사원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이익을 낳는다면 조직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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