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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도로·영화… 돈되는 곳에 펀드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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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형 유조선이나 도로에 투자해 보세요."

보통 개인들이 투자한다고 하면 주식이나 채권.부동산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전통적인 투자대상에서 벗어난 이색(異色) 투자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선박.도로.영화.금.중소형 상가 등 다양한 종류의 자산이 새로운 간접투자 상품의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STX조선.대한해운.한국투신운용 등이 설립한 '한국선박운용'은 배를 투자대상으로 삼는 회사다. 이 회사는 2일 해양수산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선박 투자펀드인 '동북아 1호'의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 펀드는 은행차입.주식발행 등으로 8백억원을 마련해 유조선을 건조한 뒤 이를 현대상선에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 펀드에 투자한 주주들은 용선료 수입을 배당 형태로 받는다.

한국선박운용은 오는 3월 중 펀드 투자자금의 20%인 1백61억원을 일반공모 형식으로 모집한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7년간 연 6.5%의 고정수익을 받는다. 한국선박운용 김연신 사장은 "투자금액 3억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3억원을 넘는 금액은 분리과세돼 실질수익률은 연 8%에 이를 전망"이라며 "연내에 펀드를 30개 이상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호주의 투자은행인 매쿼리그룹과 신한은행이 합작으로 설립한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처운용(MSIM)이 만든 한국도로투융자회사(KRIF)는 도로에 투자해 통행료를 받아 수익을 남긴다. MSIM의 이재균 수석운용담당이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 13%의 배당이 가능할 것"이라며 "도로 이외에 항만.공항 등으로 투자대상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SOC펀드를 연내에 출범시키기로 하고 투자대상을 물색 중이다.

영화펀드도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투신운용 등 투신사 1~2곳에서 준비 중인 영화펀드는 수익증권 형태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투자자금을 모아 영화에 투자한 뒤 수익을 나누게 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영화펀드는 몇몇 사람으로부터 돈을 모아 특정 영화에 투자한 뒤 수익을 나눠 갖고 해체하는 사모펀드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자금의 30~40%를 영화에 투자하지만 나머지 자산으로 채권 등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중소형 상가 등에 주로 투자해 수익을 남기는 부동산펀드도 곧 수익증권 형태로 선보인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은 이를 위해 부동산 전문가 5명을 선발했고, 삼성투신운용은 내부 직원을 교육시키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펀드 형태로 자금을 모아 금을 산 뒤 이를 반도체.전자.귀금속 회사와 치과 등에 대여하는 '골드론'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3월 중 간접투자자산운용법 시행령이 확정되면 투자자들은 다양한 실물자산을 근거로 한 투자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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