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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기기 연극 홍수 全裸.半裸배우 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무더위를 이기려면 벗는게 최고(?)』 어느 피서지 광고가 아니다.최근들어 연극계에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벗기기 연극을 두고 연극인들끼리 빗대어 하는 말이다.
올들어 무대위에서 옷벗는 배우들이 크게 늘고있다.상반기에만 10여편의 벗기기 연극이 제작됐고 20여명이 넘는 배우가 전라혹은 반라로 출연했다.흥행을 노린 극단들이 앞다투어 벗기기 연극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탓이다.건국이래 가장 외설시비가 많았던 해로 기록됐던 작년 한햇동안 대략 7~8편의 벗는 연극이제작됐고 노출신을 연기한 배우가 20여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2배이상 급증한 것이다.벗는 정도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전라출연은 예사고 노골적인 성폭력장면이나 성행위 장면이 그대로 재연되기까지 한다.외설시비가 큰 작품일수록 무대에서 옷을벗는 배우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신인 연기자들이 많아진 것도 올해 벗기기 연극의 특색.작년까지는 연기경력 10년 안팎의 20대 후반 배우들이 주로 노출신을 연기했으나 올들어서는 경력 3~4년미만의 20대 초반배우들로 연령층이 낮아졌다.보다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장면을 요구하는 제작.연출자들이 이름난 배우들의캐스팅이 여의치않게 되자 연기도 제대로 못하는 신인배우들을 동원 하기 시작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올들어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로 벗기기 연극의 기폭제가 된 것은 지난 6월 막을 내린 극단 부산무대의『마지막 시도』(홍승주작.김현국연출).
연극가의 낯선 손님인 40대 남자관객이「벌떼」처럼 몰려들어 화제가 된 이 연극은 성불능에 빠진 대학교수가 여제자와 함께 호텔방에서 온갖 성적 실험을 벌인다는게 내용의 전부다.예술성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이 작품에서 여제자 여성옥역을 맡아 노골적인 정사신을 10여분간 펼쳐보인 하경연씨(24)는 92년 데뷔이래 이번이 세번째 출연작.
그는『전라의 정사장면이 있긴 하지만 절대 외설연극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성에 대한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 옷을 입고 연기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마지막 시도』의 흥행성공은 곧바로 他극단의 벗기기 연 극을 부채질했다.공연예술 창작실험실의『당신곁에 자고 싶다』,극단 서전의『욕망의 섬』등이 바로 그것들.『당신곁에…』가 자극적인 선전문구로 관객동원에는 성공했지만 작품성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난을 받은 반면,지난 10일 막을 내린『욕망의 섬』은 벗기기의 예술적당위성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작품.무인도에서 어머니와 딸,고모 세여자가 한남자를 놓고 벌이는 욕망의 추악한 본질을 다룬『욕망의 섬』에서 팬티 한장만을 걸친채 알몸연기를 펼친김세연씨(28)는『흥행 을 위해서 벗는 것은 배우에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재 배우의 노출신을 삽입해 공연중인 연극은 대학로 극장의『불좀꺼주세요』,카페 떼아뜨르 뚜레박의『변하는 네가 두려워』,락산극장의『미란다』,명동 엘칸토극장의『다까포』등 4편.
이미 3년째 장기 공연중인『불좀꺼주세요』는 상반신 노출신을 맡은 여자분신역을 8차례나 교체했다.배우들이「벗는다」는 부담을못이겨한 탓이다.현재 여자분신역으로 출연중인 박영미씨(23) 역시「벗는」것에 관한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할 정 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게 극단측의 설명이다.
『변하는…』는 주연여배우 이동희씨(39)가 처음엔 노출신을 완강히 거부하다가 작품을 손질한 후에야 상반신 노출을 승락한 경우.이씨는『벗어보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더라』며『그러나 벗는 것때문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힌다.
『미란다』와『다까포』는 남녀배우가 전라로 출연중인 작품.울산극단 포스트의 창단공연인『미란다』의 여주인공 김도연씨(24)와『다까포』의 최용묵씨(25)는『예술이냐 외설이냐는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보다 자극적으로 보다 적나라하게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벗기기연극.벗기는 것은 표현의 자유고 외설여부는 관객이 판단하는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여인극단 대표 강유정씨는『이미 갈데까지 갔다』며『여기서 막지못하면 결국 한국연극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게 될것』이라고 경고한다.
〈李正宰기자〉 박영미 이동희 하경연 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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