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타결의 단계 지났다 판단-정부 노사분규 강경대응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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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부가 대기업분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키로 한 것은 대기업 사업장의 장기분규가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경제적 측면외에 이 기회에 대형분규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사태와 관련해 노사간 자율타결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해왔다. 첫번째 안은 막바지까지 자율타결의 가능성을 모색한 다음회사로 하여금 직장폐쇄등 자구수단을 강구토록 한 뒤 최후의 조치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안은 장기화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노사간 자율에 맡겨놓자는 것으로 한때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적극적으로 검토됐었다.
그러나 金泳三대통령이 19일 분규가 심한 노조에 대한 강력한조치를 시사함으로써 정부가 자율타결에 의한 사태해결을 위해 인내할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회사측에 직장폐쇄와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등 자구책을 촉구하고 가급적 빠른시일내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정부방침이 선회했다.
현대중공업이 20일 일단 직장폐쇄조치를 취한 뒤 계속협상을 벌이기로 하고 (株)금호가 불법파업으로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및 조합원과 신원보증인을 상대로 한 배상을 청구하는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 으로 보인다. 올해 노사관계를 좌우할「태풍의 눈」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은 올해 철도.지하철파업에 이은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全勞代)의 전국적인 연대파업이 실패하자 현총련공동투쟁을 통해 올해 노동운동을 선도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金日成사망으로 인한 비상정국을 이유로 지난주 1주일 동안 파업을 자제했던 현대중공업은 19,20일 부분파업을 재개한데 이어 21일 전면파업을 벌이기로 했다.현대정공도 19일 다시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현대강관.미포조선소도 19일 파업돌입을 결의해 현총련의 연대파업은 사실상 시작된것으로 보인다.
현총련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이 부진한것은 노사간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조측은 회사측이 협상을 장기화해 노조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 뒤 긴급조정권 발동등 정부의 힘으로 사태를 해결하려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가 인사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면서 강한정치지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협상장기화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의 임금수준에 대해서 회사측은 그룹사내에서 최고수준인 1인당평균 월 1백82만원이며 노조측이 모든 임금성 급여를 통틀어 월평균 33만원의 임금인상효과를 거둘 수 있는 무리한 안을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노조측은 현대중공업근로자들의 월평균임금은 1백20만원 정도라고 맞서고 있다.
회사측이 최근 제시한▲임금인상 14.84%▲경영목표달성 격려금 50만원▲정기상여금 50%인상▲성과급 1백% 추가등 수정안은 교섭이 타결된 다른 사업장과 비교했을 때 최상급의 교섭안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조측은 정상조업 기간인 지난주에도 사실상의 부분파업을 통해 조업률을 50%정도로 떨어뜨리는 등 연대파업을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는 점도 정부의 강경선회를 불렀다는지적이다.
〈李夏慶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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