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창립한 사단법인 한국주례전문인협회((www.jure.or.kr
), 02-2238-3773) 은희권(74)회장. 그는 정치인들이 주례를 서지 못하도록 선거법이 바뀐 뒤 서민들이 주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에 착안, 2001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1천여명에게 주례 교육을 해왔다. 협회는 이렇게 길러진 전문 인력을 수요자와 원활히 연결하는 공식 창구다.
"우리 회원들은 전직 대학교수, 중.고등학교 교장 등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춘 분들이에요. 게다가 '실전'에 대비해 주례사 작성법은 물론 주례로서의 기본 자질까지 제대로 교육받았지요."
殷회장이 회원들에게 강조하는 좋은 주례로서의 덕목은 크게 네 가지. 단정한 외모와 조리있는 말솜씨에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지금도 주례를 설 때 선크림과 분을 얇게 바르는 등 화장을 하고 입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이 좋은 사탕을 먹습니다. 신랑.신부와 하객들에게 호감을 주려는 저 나름의 노력이죠."
이밖에 '주례사와 치마 길이는 짧을수록 좋다'는 말처럼 주례사는 길어야 7분을 넘지 않도록 하라거나, 공자왈 맹자왈 고리타분한 얘기는 쏙 빼고 젊은이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현대적인 감각의 예화를 많이 삽입하라고 주문한다. 또 주례가 결혼식 시각에 맞춰 도착해야 하는 건 기본이니만큼 반드시 지하철을 이용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9월 서울 올림픽공원 예식장에서 낮 12시에 열리는 결혼식에 가기 위해 세시간 전 차를 타고 약수동 집에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올림픽 대교 앞에서 차가 마라톤 대회 때문에 꼼짝하지 않는 거예요. 별 수 없이 예식장까지 뛰어가 겨우 시간을 댔지요. 어찌나 아찔했는지…."
1961년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아주시멘트공업을 창업해 대표를 지낸 殷회장은 6년 전 은퇴한 뒤에도 한국씨족총연합회 부총재.전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운동 부회장 등으로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부탁하는 사람이 많아 20년 전 회사 직원의 주례를 처음 서준 이래 일년에 50~1백번씩 총 1천회 이상 주례를 서왔다고 했다.
"제가 아내와 금실도 좋고 2남2녀의 아이들을 교수.의사.사업가 등으로 키워낸 복받은 사람이거든요. 복 많이 받은 사람이 주례를 서면 신랑.신부들도 잘 살 것 같아 저를 찾나봐요."
올해 8월 아내 장수연(69)씨와 금혼식(결혼 50주년)을 치른다는 그는 "결혼식 때 '부모님을 공경해야 부부도 잘 살고 자식도 잘 된다'고 한 주례 선생님(허업 전 대구시장)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례사도 예비 부부의 형편에 맞게 구성하되 반드시 '양가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얘길 꼭 집어넣는단다. "협회 활동 범위를 넓혀가겠습니다. 그래서 주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부 문제의 해결을 돕거나 전통 혼례를 되살리는 등 건전한 결혼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殷회장은 요즘 이혼하는 부부가 부쩍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글=신예리, 사진=김춘식 기자
*** 바로잡습니다
2월 3일자 22면 '주례사는 7분 넘지 않아야' 기사 중 2001년부터 주례 교육을 실시한 기관은 한국주례전문인협회가 아니라 한국전례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