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권 주례전문인협회 회장 "주례사는 7분 넘지 않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사실 연줄 없는 사람은 주례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경륜 있는 노인들로 주례 인력 풀을 만들면 소일거리가 없어 적적한 노년층의 일거리도 창출되니 서로 좋은(윈윈) 게임 아닙니까."

지난달 26일 창립한 사단법인 한국주례전문인협회((www.jure.or.kr
), 02-2238-3773) 은희권(74)회장. 그는 정치인들이 주례를 서지 못하도록 선거법이 바뀐 뒤 서민들이 주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에 착안, 2001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1천여명에게 주례 교육을 해왔다. 협회는 이렇게 길러진 전문 인력을 수요자와 원활히 연결하는 공식 창구다.

"우리 회원들은 전직 대학교수, 중.고등학교 교장 등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춘 분들이에요. 게다가 '실전'에 대비해 주례사 작성법은 물론 주례로서의 기본 자질까지 제대로 교육받았지요."

殷회장이 회원들에게 강조하는 좋은 주례로서의 덕목은 크게 네 가지. 단정한 외모와 조리있는 말솜씨에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지금도 주례를 설 때 선크림과 분을 얇게 바르는 등 화장을 하고 입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이 좋은 사탕을 먹습니다. 신랑.신부와 하객들에게 호감을 주려는 저 나름의 노력이죠."

이밖에 '주례사와 치마 길이는 짧을수록 좋다'는 말처럼 주례사는 길어야 7분을 넘지 않도록 하라거나, 공자왈 맹자왈 고리타분한 얘기는 쏙 빼고 젊은이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현대적인 감각의 예화를 많이 삽입하라고 주문한다. 또 주례가 결혼식 시각에 맞춰 도착해야 하는 건 기본이니만큼 반드시 지하철을 이용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9월 서울 올림픽공원 예식장에서 낮 12시에 열리는 결혼식에 가기 위해 세시간 전 차를 타고 약수동 집에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올림픽 대교 앞에서 차가 마라톤 대회 때문에 꼼짝하지 않는 거예요. 별 수 없이 예식장까지 뛰어가 겨우 시간을 댔지요. 어찌나 아찔했는지…."

1961년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아주시멘트공업을 창업해 대표를 지낸 殷회장은 6년 전 은퇴한 뒤에도 한국씨족총연합회 부총재.전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운동 부회장 등으로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부탁하는 사람이 많아 20년 전 회사 직원의 주례를 처음 서준 이래 일년에 50~1백번씩 총 1천회 이상 주례를 서왔다고 했다.

"제가 아내와 금실도 좋고 2남2녀의 아이들을 교수.의사.사업가 등으로 키워낸 복받은 사람이거든요. 복 많이 받은 사람이 주례를 서면 신랑.신부들도 잘 살 것 같아 저를 찾나봐요."

올해 8월 아내 장수연(69)씨와 금혼식(결혼 50주년)을 치른다는 그는 "결혼식 때 '부모님을 공경해야 부부도 잘 살고 자식도 잘 된다'고 한 주례 선생님(허업 전 대구시장)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례사도 예비 부부의 형편에 맞게 구성하되 반드시 '양가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얘길 꼭 집어넣는단다. "협회 활동 범위를 넓혀가겠습니다. 그래서 주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부 문제의 해결을 돕거나 전통 혼례를 되살리는 등 건전한 결혼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殷회장은 요즘 이혼하는 부부가 부쩍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글=신예리, 사진=김춘식 기자

*** 바로잡습니다

2월 3일자 22면 '주례사는 7분 넘지 않아야' 기사 중 2001년부터 주례 교육을 실시한 기관은 한국주례전문인협회가 아니라 한국전례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