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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논문을 통해 본 김정일 가치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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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수령은 전지전능” 절대 충성 강요/당은 수령과 인민결합의 중추/조직/개인아닌 조직·집단의 부속품/인민/「승계」 보장돼야 사회주의 살아남아/체제/정치적수단으로 주체사상 형상화/문예
김정일은 북한에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이론적으로 재정립,발전시킨 장본인으로 선전된다.
82년「주체사상에 대하여」를 발표한 이래 각종 담화·논문등을 통해 주체사상의 이론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글들을 자세히 분석하면 북한의 단일권력자로 등장한 그의 ▲세계관 ▲국가관 ▲지도자관 ▲인민관 ▲경제관등이 곳곳에 정리되어 있다.이글들을 자신이 직접 쓴 것인지 다른 사람이 대필한 것인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림잡을 수 있어 이를 분석해본 다.
▷지도자◁
김은 8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수령론」을 체계화하는데 힘썼다.인민대중의 철저한 충성을 이끌어내 아버지의 권력을 순조롭게 물려받기 위해 후계자론과 지도자론을 결합시킨 것이다.
그는 소위「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내세워 수령의 절대지존을 강조하고 인민의 충성을 강요해왔다.이는 수령·당·인민대중이 하나로 결합,사회정치적으로 「영생하는」존재라는 것을 이론화한 것이다.
그는「주체사상 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86년7월)와「주체의 혁명관을 튼튼히 세울데 대하여」(87년10월)등의 담화에서 이런 점들을 역설했다.
그는『수령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최고뇌수로서 집단의 생명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동지애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수령을 중심으로 하나로 결합되지 않고서는 인민대중이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집단으 로서 생명력을 지닐수 없다』고도 했다.
여기서 인민대중은 수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지 않으면 살아갈수 없는 존재로 추락하게 된다.
그는『수령만이 인민대중의 요구와 이익을 정확히 파악할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런 체제에서 수령은 전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 전지전능자다.요컨대 그의 수령관은 지도자로서의 처신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절대화된 지도자가 인민의 충성에 기초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이론적 포장이라는 성격이 짙다.〈이상일기자〉
▷세계관◁
김정일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에서 체계화된 인간중심의 세계관 또는 인간결정론을 철학적·인식론적 범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구속을 극복,모든 것으로 하여금 인간에게 복무하도록 만들며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켜 인간의 운명을개척하고 합목적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규제한다는 논리다.
이를 설명키 위해 인간의 보편적 속성으로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등 세가지를 든다.
즉 김일성에 의해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독자적 발전논리로 제시된 주체사상을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김정일은「자주성」을 인간의 보편적 속성의 하나로 파악했으며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교조적 입장에 반대,항상 현실에 입각해 혁명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창조성」을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특히 합목적적인 인식과 실천을 가능케 하는「의식성」을 중시하고 마르크스와는 달리 인간중심주의 또는 인간결정론의 이름아래 『인간의 의식은 단순한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인위적인 사상개조에 의해 얻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이같은 세계관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순수한 철학적 고찰이라기 보다는 인간중심주의 또는 인간결정론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을 인위적으로 사상교화하여 공산주의 혁명전선에 동원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도 크게 이탈해 있다.〈김진원기자〉
▷조직◁
김에게 당과 외곽단체는「사회정치적 생명체의 뇌수」인 수령을 위해 인민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신경조직이다.
그는『당은 수령을 중심으로 인민대중을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로 결합시키는데서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87년 10월담화)이라고 말한다.
레닌주의에서 당은 노동자계급중 가장 선진적인 사람들의 결합체로서 인민대중에게 투쟁방향을 제시하고 지도하는 전위부대이므로 당이 곧 지도체다.그러나 주체사상에서 수령은 김일성·김정일이라는 지도자 개인이며 당은 수령의 지도력 행사를 위 한 도구와 수단에 불과하다.
김은 주체사상 이론체계 속에서 당조직관을 발전시켰다.인민통제를 강화하고 세습체제를 굳히기 위해서 였다.그는『아무리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수령과 조직적으로 결합되지 않고서는 수령이 안겨주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지닐수 없다』(87년 담화)면서 개인이 수령과 조직적으로 연계되려면 당을 거쳐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는 모든 인민을 당과 외곽단체를 통해 지도·통제하는 것을 정당화하려 한 것이다.
따라서 당·단체에서 수령의 유일사상에 어긋나는 의사가 표출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조선노동당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공산당과 근본적으로 다른 정당으로 규정되는 것은「수령의 유일적 지도」를 받는 정당이기 때문이다.〈이상일기자〉
▷인민◁
김은 인민을 수령·당·인민대중의 삼위일체적 생명체의 한 요소로 중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령과 당에 철저히충성·복종해야 하는 봉건시대의 신민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무리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령과 조직적으로 결합되지 않고서는 수령이 안겨주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지닐 수 없다』(담화「주체의 혁명관을 튼튼히 세울데 대하여」·87년)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듯 인민은 부모로부터「육체적생명」을 부여받지만「사회적 생명」은 수령으로부터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또 인민을 자유로운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개인으로 파악하지 않고 조직·집단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그 어느 개별적인 성원도…그들 사이의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는 절대적인 것으로 될수 없다.…수령은 집단의 생명을 대표하기때문에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동지애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으로 된다』(86년)는 말은 개인과 가족의 가치가 집단의 가치앞에 무시될 수 있음을 명백히 하는 것이다.
결국 김정일사상에서 인민은 자유주의 사회의 「시민」과 달리 집단적 성격을 갖는 개념이다.〈전영기기자〉
▷경제◁
김정일은「주체사상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인민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이 당 활동의 최고 원칙』이라면서 『투쟁하는 우리 당에 있어서 경제건설을 잘 하여 인민생활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업은 없다』고 말해 경제발전을 최우선과제로 내세웠다.
특히『종합적으로 발전된 자립경제를 건설하자면 중공업을 우선 발전시키되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노선이 필요하고 기계제작 공업을 핵심으로 한 중공업은 자립적 민족경제의 기둥』이라고 강조함으로써 김일성과 기본인식을 같이 한다 .
그는 또 개혁·개방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으나 동구사회주의 체제붕괴가 가속화된 시점부터는 개혁·개방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속도를 늦추는등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박의준기자〉
▷국가체제◁
85년 고르바초프의 등장과 함께 일기 시작한 공산권 개방·개혁물결의 흐름을 목격한 김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그 결과로 나온것이 김의 소위「우리식 사회주의」다.
그는 91년5월 당중앙위 담화에서『우리식 사회주의란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하고 3대 혁명으로 사회주의 건설을 추진하며,수령·당·대중이 하나가 되는 집단주의 원칙과 당의 영도및 계승성을 보장하는 사회체제』라고 밝혔다.
또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라며 『영도의 계승성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식 사회주의의 불패성을 보장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곳이「계승성 보장」이란 대목이다.김은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된 것은 당의 영도 실패,사회주의 원칙 포기 뿐만 아니라 지도력의 공백및 지도자의 부재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우리식 사회주의」는 동구의 몰락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 나름의 국가체제관이라 할 수있다.
「우리식 사회주의」는 북한 나름의 민족주의와도 결합되어 있다.김은 86년 『자기나라 혁명에 충실하자면 무엇보다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길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주장한다』고 강조한 것이다.〈정선구기자〉
◎“유일체제 강화하는 수단일뿐”/언론
▷문화·예술◁
문화예술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은 많이 알려져 있다.
74년 김일성의 공식 후계자가 되기까지 선전선동부 영화예술과장,선전선동부 부부장,조직선전비서등 문화·선전분야에서 주요경력을 쌓으면서 여러 이론들을 창안해 냈다.
그의 문예관은 북한이 김정일의 독창적 사상이라고 선전하는 「종자론」과 「주체문예이론」으로 집약할 수 있다.
종자론이란 일종의 분석이론으로 문예작품에서 소재·주제·사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종자(씨앗)를 정확한 정치적 안목을 가지고 찾아야 한다는 것.
작품분석의 기준을「종자」라는 하나의 핵으로 단순화시켜 혁명사상과 주체사상의 관점으로 일관된 해석을 가능케 한다는 이론이다. 주체문예이론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반영하고 사회주의적 내용을 민족적 형식을 통해 문학 예술로 형상화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에 관한 김정일의 언급을 집약한『영화예술론』이란 저술이 보여주듯 그는 영화 연출·연기등에 나름대로 이론체계를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의 「영화예술론」은 문화예술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북한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곽보현기자〉
▷언론◁
그의 언론관은 한마디로 『철두철미하게 주체사상으로 무장하여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그가 신문·방송·통신등 모든 매체에 일관되게 요구해온 것은「수령의 생각과 입장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우리 혁명의 이익에 맞게,우리 사업에 편리하게 해야 한다.』『우리의 방송은 언제나 당과 숨결을 같이 하면서 오직 위대한 수령님의 사상과 의도대로만 말하여야 한다.』 『통신사의 기본임무는 수령님의 혁명사상을 대외에 널리 선전하는 것이며 모든 수단과 역량은 수령님을 위하여 복무해야 한다.』
이는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유일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한정시키고 있는 것이다.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도 『인민대중을 사회주의건설에 더욱 힘차게 다그치는데 이바지할 때만 보장받을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즉 김은 사실상 언론에 대해 대중의 지도자 및 안내자 또는 교사로서만 그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신문은 집단적 선전자이며 선동자일뿐만 아니라 집단적 조직자』라고 한 레닌의 말에 함축되어 있는 것과 거의 다를 바가없다.〈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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