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둘러싼 혼란과 갈등 내년 2월까지 계속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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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0면

“학장님, 로스쿨에 관해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는데요.”

“전화로는 곤란해요. 찾아오시든지….”
서울의 한 법대 학장은 한사코 전화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를 캠퍼스로
찾아갔다.

“요즘 기자를 사칭하는 사람이 많아서요. 로스쿨 준비 상황을 취재하고 싶다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는데…. 어떤 날은 일간지 한 곳의 이름을 대는 사람이 세 명이나 됩디다. ‘당신, 기자 맞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전화를 끊더군요.”

경쟁 대학의 로스쿨 인가 전략을 알아내려는 정보전이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다. 특별전형이나 특성화 과목처럼 다른 학교와 차별화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는 1급 기밀에 속한다. 법대 교수들은 연일 계속되는 대책회의로 파김치가 됐다. 인가 기준에 맞춰 교원 수를 채우기 위한 대학들의 ‘교수 빼가기’가 점입가경이다. A대학에서 B대학 교수를 영입하면, B대학은 C대학에서 교수를 데려온다. 연쇄 이동이 일어나다 보니 한 학회에서는 ‘옮긴 대학을 알려 달라’는 회람 e-메일을 전체 회원에게 돌렸다고 한다.

대학가 밖에서는 로스쿨 총 정원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거칠어지고 있다. ‘1000~1200명’(법조계)과 ‘3000명 이상’ 주장(법대·시민단체)이 대립하자, 그 중간선인 ‘2000명 안팎’이 교육부의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과학적 근거나 논리적 이유는 물론 없다. 지역마다 로스쿨 대책위가 뜨고 있고 지역 안에서도 국립대냐, 사립대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심지어 어느 대학 출신 국회의원이 더 많은가로 로스쿨 인가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로스쿨에서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지, 또 그러기 위해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인지, 배출된 법조 인력을 어떻게 지역 균형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들은 전국 98개 법대 가운데 47개가 뛰어든 ‘서바이벌 게임’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내년 2월 예비 선정 대학이 발표될 때까지 이런 혼란과 갈등이 계속돼야 하는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교수님이 사라진 강의실에 들어선 학생들은 먼 훗날 ‘2007년 가을’을 어떻게 기억할까.

▶지난 주
4일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5일 서울중앙지법, “미션스쿨에서 예배 강요 안 된다” 판결
5일 조계종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 개최=‘신정아-변양균 사건’과 관련해 불교계에 대한 언론의 음해성 보도에 적극 대처 결의
 
▶이번 주
9일 서울시교육청, 2008년도 서울 고교 신입생 전형요강 공고
10일 교육부, 국가 수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 실시
서울시교육청, 올 마지막 고3 수능 모의평가 실시
10일 국립생물자원관 개관(인천 종합환경연구단지)
11일 관악구청 신청사 준공식(신림동)
11일 국제 철새 심포지엄(서울대 수의대 스코필드홀)
13일 교육부, 제2회 국가인적자원위원회 개최 결과 발표
13일 서울 억새축제 개막식(하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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