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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서 문화계 인사들 어떤 얘기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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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남측은 적극 제안, 북측은 일단 관망.

3일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 학생과 교원들이 2007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들을 위해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평양=도올 김용옥 기자]

2007 남북정상회담과 맞물린 남북 문화예술계 인사들 간담회 풍경이다. 남측이 미리 준비한 제안들을 풀어 놓으면, 북측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큰 틀이 해결되면 구체적으로 협의 가능하다. 잘 해보자”고 뭉뚱그려 대답하는 식이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고 남북 교류와 평화를 위한 열정도 넘치는 가운데 풍성한 아이디어가 속출했지만 구체적 실현 여부는 미지수인 셈이다.

 문화·예술·학술 분야 간담회에서 논의된 주요 안건은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 사업 박차 ▶개성 문화복합단지 개설 ▶서울·평양 왕래 공연 체계화 ▶정부 차원 학술회의 정례화 ▶베이징올림픽 문화행사 공동 추진 ▶전통문화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 ▶광화문 위치 복원 사업 백두산 목재 제공 ▶영화필름 교환 등이다.

 이 가운데 북측은 ‘겨레말큰사전’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고 문익환 목사가 1989년 방북해 고 김일성 주석과 처음 합의했고, 2000년 6·15선언 이후 더욱 탄력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개성 문화복합단지안은 ‘겨레말큰사전’공동 연구실, 애니메이션·게임 공동작업실, 방송사 야외 촬영장, 영화제작 공동 시설 등을 만들어 문화교류의 거점으로 삼자는 내용이다. 광화문 복원 사업에 백두산 목재를 쓰는 건에 대해 북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며, 영화 필름 공유에 대해서도 “원하는 영화 목록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선언문에 역사·언어·교육 항목이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사’항목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을 공동 연구하면서 민족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발전시켜나가자는 포괄적 의미로 포함시켰다고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교과서 왜곡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동북아 ‘역사 분쟁’의 핵심 현안을 피해갈 수 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남북 공조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항목은 통일 이후를 대비해 인재를 양성해 보자는 뜻으로 선언문에 넣었다고 한다. 남쪽과 북쪽 학생들을 서로 유학보내자는 방식이 거론됐다. 선언문의 ‘언어’ 항목은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제안들은 11월 예정된 총리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 영화배우 문성근, 시인 신경림, 안병욱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명창 안숙선,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이세욱 예술의전당 이사장

문화부 , 사진=도올 김용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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