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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 상담실] 심장은 매일 걸어야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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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심장과 관련된 질환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벼운 통증을 무시하거나, 술과 담배를 계속 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멈출 수 있다.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슴에 손을 얹어 심장 박동을 느끼는 것일 게다. 심장이 뛴다는 것은 생명 그 자체다. 심장은 1분에 평균 60~70회 쉼 없이 뛰다 어느 날 불현듯 멈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애장품 한두 가지가 있다. 비싼 돈을 들여 늘 다듬고, 가꾸고, 아끼며 보관한다. 하지만 내 생명의 주체인 심장엔 무심하다. 오히려 고지방식에 흡연 · 스트레스로 혹독한 시련을 안겨준다. 노영무(66) 세종병원 세종의학센터 소장(심장내과)이 말하는 ‘소중한 내 심장 보살피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죽음의 5중주가 들려온다

심장으로부터 들려오는 불길한 음악이 있다. 고혈압, 고혈당, 복부 비만, 중성지방, 고콜레스테롤의 협주곡이다.

먼저 복부 비만으로, 내장에 쌓인 지방이 인슐린 활동을 방해해 당뇨 전 단계인 내당능 장애를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췌장은 부족한 인슐린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생산한다. 이른바 고(高)인슐린 혈증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콩팥에선 염분이 더 많이 흡수돼 고혈압을 야기한다. 심장 사망의 전주곡이 울리는 것이다.

중성지방이나 저밀도 콜레스테롤 역시 고지혈증의 원인이며 동맥경화의 주범이다. 남성의 경우 배 둘레가 90cm 이상, 중성지방 150㎎/㎗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 40㎎/㎗ 이하, 혈압 130/85㎜/Hg 이상, 공복 시 혈당이 110㎎/㎗ 이상이 되면 심장병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다.

심장은 술과 담배에 지친다

흡연은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을 2~4배 증가시킨다. 또한 돌연사를 50% 증가시킬 만큼 위협적이다. 우선 흡연을 하면 혈관이 좁아진다. 응고된 혈액은 시한폭탄처럼 혈관을 떠다니게 된다. 이렇게 떠돌던 혈전이 비좁은 혈관을 막게 되면서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이 오게 된다. 또 흡연은 혈액 내 일산화탄소를 증가시켜 산소 부족 현상을 일으킨다.

과도한 음주 역시 위험 요인이다. 심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심장 근육의 수축력을 떨어뜨린다. 혈중 중성지방을 높이기도 한다. 하루 3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주종별로 소주는 세 잔, 맥주는 두 캔, 양주나 와인은 두 잔 이하가 하루 적정 섭취량이다.

걷기는 하루 30~40분 이상이 적당

발은 ‘제2의 심장’이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혈액은 위로 올라가게 된다. 혈액 순환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렇게 발에 달린 모터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혈액 순환은 혈관을 청소해주고 돌연사를 일으키는 뱃살을 줄여준다. 한 시간에 천천히 걷기는 120㎉, 빨리 걷기는 300㎉까지 열량을 태운다.

하지만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운동 강도에 유의해야 한다. 나이에 따른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60~75%가 되도록 하는 것이 적당하다. 약간 숨이 차고 이마에 땀이 약간 배는 정도다.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30~40분씩 매일 해야 한다.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근력 운동(무산소 운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갑자기 혈압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가슴 통증도 지나치지 말자

혈관은 70% 이상 좁아져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돌연사로 이어지고, 생존을 해도 심부전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린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일부에선 통증이 없거나 약한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가슴 중앙 또는 윗배가 답답하거나 무거운 느낌, 약간 숨이 찬 증상, 체한 것 같은 더부룩한 느낌, 호흡 곤란 등이 ‘갑자기’ 나타나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 · 당뇨병 · 고혈압 · 고지혈증 · 흡연 · 비만 등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위에서 열거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30분 이상 지속되면 서둘러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응급차가 오기 전엔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가슴 중앙 아래쪽을 규칙적으로 누르면서 인공호흡을 병행한다. 쓰러진 뒤 4분 내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못하면 뇌 손상이 시작되므로 서둘러야 한다.

유전자 활용한 약물 치료 가능해질 것

심장병 치료의 주류는 역시 약물이다. 최근 약물을 예방에 사용하면서 응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유전자를 활용한 약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혈관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관상동맥질환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에서 풍선을 이용한 관상동맥 확장술, 금속성 그물망인 스텐트를 삽입하는 스텐트 삽입술이 보편화됐다. 최근엔 약물용출 스텐트가 널리 사용되면서 혈관의 재협착을 현저하게 낮췄다.

각종 부정맥, 즉 서맥성 심장질환에는 심장 박동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계의 성능이 크게 개선돼 환자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급사의 위험이 높은 부정맥을 교정하기 위해선 삽입형 제세동기(ICD)가 보급되고 있다.

“맞춤형 치료로 심장 지킨다”

“세종병원에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걸쳐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생활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스트레스 과다로 응답한 사람이 55%로 가장 많았고, 운동 부족이 36%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좋은 지표이지요.”

특히 노영무 세종병원 세종의학센터 소장은 기업의 CEO 같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스트레스, 과음, 운동 부족 등 심장병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생활습관성 심장병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는 전체 심장병 환자의 20~30%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60~70%를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진단과 치료술이 발달하고 있어 질병 초기에 간편하고 정밀하게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MRI)나 전산화 단층 검사(CT)를 이용해 관상동맥이나 뇌혈관, 그리고 각종 말초혈관 질환의 진단이 초기에 정확하게 이뤄짐으로써 치료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장병도 맞춤치료 시대로 가고 있다.

“분자생물학 또는 유전자 기법을 이용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 고지혈증 ·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동맥경화의 발병에 관여하는 여러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면 동맥경화증 발병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자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인공 심장판막, 인공 보조심장, 심장 박동기, ICD 등 심장병 환자를 도와주는 주변 기기의 발전도 괄목할 만하다. 그는 이들 인공 장기나 삽입물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노 소장은 “심혈관 질환에서도 로봇을 활용하는 수술이 보편화할 것이며 이로 인한 수술 성적의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치료보다는 예방이다. 그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 식생활 개선과 금연만 실천한다고 해도 현재의 심장질환 발생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걷기를 생활화하고 달리기 ·자전거 · 수영 등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찾아 매일 또는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라”고 권했다.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증이 의심되는 증후

1. 가슴 가운데나 왼편이 뻐근하게 아프고 누르는 듯 조여 온다.
2.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구역질, 식은땀, 어지러움이 동반된다.
3. 가슴에 느껴지는 증상이 등 · 어깨 · 목 · 턱 ·양쪽 팔로 뻗친다.

1941년 生 · 고려대 의대 졸업 · 고려대 의대 교수 · 미국 국립심장 · 폐 · 혈액연구소 심장학부 연구교수 ·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소장 · 대통령 심장내과 자문의 ·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 · 회장 · 현 세종병원 세종의학연구소 소장 · 대한임상노인병학회 회장 · 대한순환기학회 혈관연구회 회장

글 고종관 중앙일보 건강팀장

[포브스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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