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해결방법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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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핵사태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철도와 지하철이 27일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결의를 했다.이번 파업결의는 철도와 지하철이 갖는 공공성 말고도 시기가 나쁘다는 점에서 여논의 비판을 받고 있다.더구나 파업결의를 주도한 전국기관차 협의회(전기협)는 법외단체이기 때문에 협상대표권이 없고,따라서 파업은 불법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법준수 의지와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전지협)와 전기협은 파국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노사분규를 제2노총 설립과 연대하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정부도 이번 파업의배후에 제2노총을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전국노조대표 자협의회(전노대)가 있다고 보고,검찰을 통해 부법인 제3자 개입혐의를 찾으려는 수사에 착수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전노대의 영향력하에 있는 대형 사업장과 정부가 충돌코스로 향하고 있고,정부로선 불법을 용인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노조측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첩경이다.정부는 전지협과 전기협이 당국에 요구조건 수용시한으로 제시한 23일전에 기존의 대표권이 있는 채널과 협의를 해서 최대한 요구를 수용할 태세이나 구속자석방과 같은 정치적 요구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정부 당국자는 23일을 전후해 관계장관의 담화형식으로 마지막 설득노력 을 하고,그래도 파업을 강행한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염려되는 것은 파업을 주도하거나 배후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측이 이런 사태를 이용해 이미 쟁의결의를 해놓고 있는 7개 대형사업장의 동조파업으로 연계하는 일이다.이렇게 되면 경제전체가 극심한 혼란상태에 빠지게 되고 북핵이라 는 현안을 놓고 적전분열의 상태에 빠지고 말것이다.
과연 전노대의 지도부는 이번 파업사태가 가져올 파국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는지 걱정이다.만약 제2노총의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믿는다면 적당한 때까지 기다렸다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북핵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이같은 파괴적인 방법으로 정부의 법질서유지 의지를 시험하는 듯한 전략을 택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전노대를 위시한 각사업장의 노조지도부는 일시적 후퇴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노조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길을 선택하기 바란다.지도부가 구속당하고 다시 구속자석방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는 소모성 노조활동을 통해 과연 노조가 존속되고 발전할 수 있겠는가.
또한 기존 노총도 단위사업장에서의 이같은 개혁요구를 자체개혁으로 흡수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그만큼 멀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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