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특별회견/북핵 긴장 해소 빛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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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간 「간접대화」… 약속에 무게/“쟁점” 연료봉계측에도 중대진전/김 진실성 확인전에 북태도 변할지 경계
북한 김일성주석과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지미 카터전대통령을 중간에 두고 서로 교환한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 메시지 전달로 악화되던 북한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주석은 평양을 방문중인 카터전대통령을 통해 조건부이지만 북한핵개발동결을 시사하고 클린턴대통령은 이를 유망한 발전으로 평가,북한이 원하고 있는 북―미3단계고위급회담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양측 정상이 교환한 메시지는 비록 직접 대화는 아니지만 사실상 북한·미국의 정상간 직접대화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클린턴대통령은 16일 카터전대통령의 전화통보 이후 백악관에서 장시간의 국가안보회의를 가진데 이어 국무부가 특별성명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긍정적 평가를 전달했다. 이는 김주석에게 사실상 의미있는 예우를 함으로써 김주석의 체면을 크게 살려준 조치로 볼수 있다.이는 김주석의 메시지에 대한 미국의 환영의사 표시인 동시에 국가정상간의 메시지 전달로 김주석에 대해 앞으로 이같은 약속을 어기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날 유엔안보리에서 대북한제재 결의안을 두고 안보리상임이사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특별성명을 발표한 것은 김주석이 카터전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가 현재의 북한핵을 둘러싼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은 현재 안보리에서의 대북한제재가 신속하게 처리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제재보다는 대화로 북한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기본원칙을 지킬수 있다는 점에서 김주석의 메시지에 즉각적인 환영표시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김주석 역시 이번 카터전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한최고지도자로서 입장을 밝힘으로써 미국에 북한의 확실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시지에서 김주석은 제재결의안이 유엔에서 통과되는 것은 실질적 효과보다는 북한의 체면을 크게 손상할 것으로 우려하고 나아가 유엔제재외에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태세 강화를 계속하고 있어 우발적 전쟁의 발발 가능성도 상당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주석은 이번 면담에서 카터전대통령의 미국내 및 국제적 위치에 대해 크게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줬으며,클린턴대통령 역시 카터전대통령의 위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교환함으로써 카터전대통령의 이번 평양행 은 국제적으로 상당한 평가와 각광을 받을 수 있게 됐다.김주석이 이번 카터와의 면담을 통해 북한핵개발 동결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실제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세부적인 전제조건들의 타당성 여부가 구체적으로 검토될 필요가있으나 미국이 지금까지 요구한 당면과제인 북한의 핵개발 동결이 수용되면 나머지 문제들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김주석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마찰을 빚고 있는 영변원자로 인출 연료봉에 각각 표시를 해 안전하게 냉각조에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과거의 북한 원자로 가동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을 계속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미국은 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주석이 또 경수로 건설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으면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거나 건설중인 흑연감속로를 해체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 것은 경수로건설에 대한 희망과 핵개발동결의사를 확실하게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그러나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한제재결의안은 현재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로버트 갈루치미국무부차관보도 이같은 미국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갈루치차관보가 외교적 통로를 통한 공식적 확인을 거쳐야한다는 전제에도 나타나고 있듯이 이번 김주석의 메시지에 대한 추가 증명과 확인이 있기까지는 북한의 태도돌변 가능성을 계속 경계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안보리를 통한 대북한제재 노력은 따라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결의안 초안이 명시하고 있는 대북한제재 해제조건인 IAEA의 긍정적 보고가 이루어지면 대북한제재는 제재결의안이 통과돼도 즉각 발효가 중지될 수 있다.
미국은 대북한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즉각적 발효중지 요건을 설정함으로써 핵확산을 기도한 나라에 대해 안보리의 제재 기록을 남길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대북한제재결의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현재 안보리의 대북한제재결의안 채택노력은 그러나 김주석과 클린턴대통령의 상호 메시지 교환으로 사실상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클린턴 성명/앞으로도 대북대화 노력하겠다/안보리 제재 협의는 계속 추진
북한이 지미 카터 전대통령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팀및 사찰 장비의 계속적인 체재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북한은 또 신형 경수로 원자로의 건설을 지원해 줄 경우 이를 현재 추진중인 핵 프로그램과 대체시킬 수도 있다는 희망을 표했다.
만약 북한의 이같은 제안이 기존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기대할만한 발전이다.
미국에 있어 한반도가 지니고 있는 비중은 지대하다.우리의 우방이자 교역의 주요 상대자며 민주주의의 동료인 한국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확고하다.
한국에는 또 그같은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3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우리는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기하고 핵무기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소명도 안고 있다.
북한핵 문제에 대처해 오면서 우리는 두가지 목표를 설정해 왔다.한반도의 비핵화와 핵확산의 금지가 그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의 관철을 위해 대화를 계속해 왔으며 북한에 많은 기회를 주어왔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같은 협상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협상은 북한이 IAEA와 협력하고 더이상 국제핵 안전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북한이 정말로 진지하고 실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화 재개와 함께 기존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고위급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가운데 유엔에서 제재에 관한 협의는 계속 추진될것이다.
지난 수주일동안 나는 한국·일본및 러시아 지도자들과 많은 협의를 가져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협의는 계속될 것이다.
나는 한국·주한 미군·아시아―태평양지역및 미국의 안전과 우방국들을 핵무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발전이 긍정적이기를 희망하면서 보다 많은 진전이 있기를 주시하고자 한다.
◎국무부 성명/북제안 건설적의지 담겨 환영
미국은 북한이 카터 전대통령을 통해 전해온 북한의 의사가 건설적인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적절한 여건만 조성될 경우 언제라도 3단계 회담에 응할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우리는 북한이 밝힌「IAEA사찰팀및 사찰 장비의 체재 허용」「경수로 지원시 기존 원자로의 대체 가능」「NPT의 준수와 IAEA의 안전 조치 이행」등에 관해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표명한 것에 주목한다.
북한의 이같은 의사가 대화 재개와 더불어 준수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건설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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