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임금협상 새 변수/노­사­정,방정식 풀기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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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단합열기 누그러 뜨릴까 우려/노/전노대 연대막는 방파제 기대/사/장기화되면 생산성 저하 걱정/정
부평 대우자동차의 한 노조원은 15일 북핵과 노사협상의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금투쟁은 임금투쟁이고 북핵은 북핵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그런가 하면 노조 간부는 『북핵이 노사협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사용자측이 협상테이블에서 북핵을 빌미로 자제를 당부하면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 노조 간부는『일단 예정대로 쟁의 과정을 밟아 나갈것이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북핵이 협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가장 큰 경제현안 중의 하나인 임금협상 시기와 북핵문제가 맞물리면서 노·사·정 모두는 요즘 속으로「북핵과 노사협상의 방정식」을 푸는 데 계산이 한창이다.
다들 정도가 문제일 뿐 북핵이 올해 노사협상의 향배에 상당한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의 눈인 자동차와 조선업종 노조들은 일단 예정된 수순에 따라 쟁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대우자동차(13일)와 기아자동차(15일)가 이미 쟁의 발생신고를 했으며 아시아 자동차도 20일 쟁의결의를 묻는 투표에 들어간다.
조선업종도 마찬가지다.대우조선의 11일 파업투표는 찬성으로 결판 났고 현대중공업도 25일을 전후해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15%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및 인사권의 참여와 공장이전 문제등을 들고나와 협상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노조 간부들은 내심 우려가 크다.
『북핵만이 아니라 심지어 월드컵도 노조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월드컵에 관심들이 쏠리면 조합의 결속력이 약해질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지요.이런 판에 북핵이 투쟁의 열기를 누그러뜨리는데 한몫 할 것 은 뻔한 일입니다.』(노총관계자).
또 지난 80년대 후반 탄압의 강도에 대한「반탄력」으로 자연스럽게 연대투쟁·정치투쟁의 열기도 올라갔던 공안정국과는 달리 최근의 북핵 변수는 상대가 북한이어서 노조들이 대책 마련에 더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사용자측은 전노대의 연대투쟁을 막는 방파제로 북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핵에 웬 노조 이기주의냐라는 지탄이 예상됩니다.전노대 연대투쟁의 강도가 약화되고 원만한 협상을 이끄는데 자극이 될 것입니다.』(경총 우종관상무).
정부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하고 있는 입장이다. 『재야가 주도하는 강경 노조들이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엷어졌고 파업이 일어나도 하루나 이틀로 그칠 전망』(노동부 고위 관계자)이라는 기대와 함께『북핵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경제에 역효과가 미친다.사용자측이 보수 분위기를 타고 협상에 소극적으로나설 경우 저강도의 노사대립이 장기화되어 생산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상공자원부 이우석산업진흥과장)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 모두가 한 목소리로 걱정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올해 임금협상의 결과를 떠나 북핵문제의 장기화로 특정 업종이나 경제 전체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북핵이 임금협상에는 어느 정도의 완충역할을 할 것입니다.그러나 조선업종이 외국에서 수주받아 장사하는 거대장치산업인 만큼북핵으로 컨트리 리스크가 올라가면 훨씬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것 같습니다.』
대우조선 김창섭기획차장의 지적이다.〈이철호·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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