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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久遠의 여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여기 나의 한 女像이 있습니다.그는 싱싱하면서도 애련합니다.원숙하면서도 앳된데를 지니고 지성과 함께,한편 어수룩한데가 있습니다.…그는 아름다우나 그 아름다움은 사람을 매혹하게 하지아니하는 푸른 나무와도 같습니다』(皮千得의 수필 「久遠의 女像」중 일부).
교육파트를 맡고 있다보니 날마다 업무와 관련,많은 여성들을 대하게 된다.그럴때마다 내가 자주 앞의 글을 떠올리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거리나 카페에서 심지어 등산을 하면서까지 꼭 달라붙는 핫팬츠를 입고,짧은 치마에 치켜 올린 머리,이어폰과 삐삐를 찬 여성의 물결을 보게 된다.그야말로 세태의 한 흐름이 되고 있는 자유분방함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문명의 이기를 적 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도 있다.
다만 외형만이 전부인양 너무 유행에 민감한 여성일수록 내면의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대체로 그러한 부류의 여성들의 대화속에는 언제나 대중스타인 가수.탤런트가 주로등장한다.
지하철에서도 책.일간지보다는 연예.스포츠紙만 뚫어져라 본다.
사무실에서도 짬날 때마다 남의 얘기를 입담에 올려 시간가는줄 모른다.이러한 세대를 일컬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X세대」니,자기자신만을 고집한다는 「미 제너레이션」(「M e generation)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여성스러움에 있으며 그 현대적인 형태는「자기절제」와「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한다.절제된 언어적 표현과행동속에서 비로소 품격이 살아난다.그런 여성일수록 오히려 올곧은 주장을 소신껏 펼줄 알고,자아실현을 위해 진 지하게 자신을계발하고 남들에게 여유와 아량을 베풀줄 안다.
지하철을 탈때마다 신문사설을 열심히 읽고있는 여성이 세상에서가장 아름다워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아마도 우리시대가 필요로 하는「久遠의 女像」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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