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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나 자신 막막하다" 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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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정책토론회가 2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렸다. 손학규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정동영 후보.와 이해찬후보가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선에 복귀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가 21일 또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경선엔 복귀하되 자신의 선대본부를 해체한다는 것이다. 손 후보가 읽어 나간 기자회견문은 전날 캠프가 '구태 정치와의 투쟁' 수준으로 작성한 초안과 전혀 달랐다. 그가 "공식 일정을 중단해 죄송스럽다"고 시작한 뒤 선대본 해체를 언급하자 배석했던 전병헌.한광원.김영주 의원 등의 표정엔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우상호 대변인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손 후보는 "나부터 (조직 선거의) 유혹에서 벗어나겠다"며 선대본과 캠프 사무실 해체 이유를 설명했다. 일종의 자해처럼 비칠 수 있다. 지난해 보여줬던 '민심 대장정'처럼 앞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손 후보는 기자회견 뒤 당혹스러워하는 특보단 의원들에게 "이번 선거는 국민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치를 수 없다"며 "정치를 바꿔 국민의 신뢰를 얻느냐, 아니면 조롱을 받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그러나 나 자신은 막막하다"고 고백하며 "의원 여러분과 국민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에서 회견을 마친 그는 부산에서 열리는 후보끼리의 TV 정책토론회를 포기하고 광주로 향했다.

손 후보의 건곤일척 승부수는 성공할까.

'조직전'보다 '자원봉사형 민심전'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캠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추석 뒤 29일 있을 광주.전남 경선에서 기존의 조직 대결 방식으론 호남 출신인 정동영 후보를 제압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손 후보 승부수의 묘미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전남의 동정 표와 '이명박을 이길 후보를 찍는다'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 심리를 자극하면 손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이날 그동안 중도 입장을 견지했던 신당의 김성곤.이종걸 의원이 손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목욕도 안 하고 결혼하겠다는 이명박"=이날 손 후보가 빠진 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후보자 TV 정책토론회는 뜨거웠다.

정동영.이해찬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또 서로 간에도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두 후보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세 차례 주민등록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신임 이규용 환경부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정 후보는 "여러 명의 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이나 땅 문제로 인준을 받지 못했다"며 "이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도 "장관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내가 임명권자라면 (임명) 안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주민등록 위장전입 사실을 거론했다.

이해찬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격이 안 돼 있다"며 "(대통령 출마는) 국민의 마음과 결혼하겠다는 것인데, 목욕도 안 하고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 후보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도곡당 땅이 형님 땅이라고 말했는데, 검찰 조사에선 형 땅이 아니라고 나왔다"며 "공직자에게 치명적인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손학규 후보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는 "'박스 떼기' 같은 동원선거로 경선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든 것을 사과하라"며 정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한길 의원 그룹의) 의원 14명은 6개월 사이에 네 번이나 당적을 옮겨 인터넷에선 '철새'를 넘어 '달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대리접수 얘기는 누워서 침뱉기"라며 "정동영을 대리접수로 모는 데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또 "당권-대권 밀약설은 터무니없는 음해이고 오히려 이해찬-손학규 연대설은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반격했다.

채병건 기자, 부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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