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테니스 '벨기에 슬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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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두배 정도 크기에 인구 1천만명인 유럽의 소국(小國) 벨기에가 세계 여자 테니스의 지축을 흔들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쥐스틴 에넹-아르덴(22.세계랭킹 1위)과 킴 클레이스터스(21.2위)가 호주오픈 결승에서 또한번 만나게 됐다. 에넹은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파비올라 줄루아가(콜롬비아)를 2-0(6-2, 6-2)으로 완파했고, 클레이스터스도 패티 슈나이더(스위스)를 2-0(6-2, 7-6)으로 눌렀다. 두 선수 중 누가 이겨도 호주오픈에서는 첫 우승이다.

지난해 4대 메이저 대회의 판도를 보면 벨기에 듀오의 맹활약은 놀랄 정도다.

이들은 한번도 빼놓지 않고 4강에 올랐다.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미국) 자매보다 성적은 더 낫다. 메이저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것도 지난해 프랑스 오픈.US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세 차례다. 비너스-세레나 자매끼리의 역대 메이저대회 결승 맞대결은 여섯번이었다. 이쯤되면 과거 외신에서 썼던 '벨기에 슬램(벨기에 출신끼리의 그랜드슬램 대회라는 뜻)'이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상대 전적에서는 클레이스터스가 9승6패로 앞서 있으나 두 차례의 메이저 결승에서는 모두 에넹이 이긴 바 있다. 근성에서는 에넹이 뛰어나고, 파워에서는 클레이스터스가 낫다는 평가다.

결승전은 한치의 양보도 없을 것 같다. 우선 우승상금이 1백20만 호주달러(약 10억8천만원)다. 10대 초반 한방을 쓰며 주니어 대회에 참가했던 둘의 우정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말 에넹은 클레이스터스의 부친이 발설한 약물 복용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결승전은 31일 열린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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