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문제 다각적 대처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마약상습복용자가 일으킨 인질극은 마약의 확산이 사회에 연쇄적 범죄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마약류의 복용은 복용자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단 중독이 도면 비싼 가격의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계속 돈이 필요하게 되고,그에 따라 거의 필연적으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마약문제가 심각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각종 통계들은 우리나라도 마약문제가 곧 주요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그 한가지가 청소년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는 본드·부탄가스 흡입 등 환각제의 복용이다. 90년이후 청소년 환각제 복용사범은 연평균 30%씩 늘어나고 있으며,복용연령도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말하자면 마약복용 예비군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인사회에서도 향락산업이 번창과 생존경쟁의 심화,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대마초나 히로뽕 뿐만 아니라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 고단위 마약의 사용까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의 마약 대처방법은 단속과 처벌에 집중되어 왔다. 이를 통해 단기적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마약류의 국내 밀매가격이 국제 밀매가격의 30배 이상이 되자 국제밀거래업자들은 우리나라를 집중 공략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위험성은 오히려 커졌다.
물론 마약거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것을 강화해도 완전할 수는 없는 이상 단속과 처벌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복용자를 줄여 마약류의 수요 자체를 줄이는게 더 근본적인 처방이다. 현재 우리나라엔 마약류의 상습복용자가 40만∼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의 재범률은 50%를 넘고 있다. 치료와 재활정책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검거돼 복역을 해도 출소하면 다시 마약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다.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의 확충이 단속과 처벌보다 더 근본적이고 경제적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인질극이 비교적 단시일안에 큰 피해없이 끝난 것은 다행이다. 피해없이 범인을 검거한 경찰특공대의 활약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부산에서의 초동수사는 너무도 어수룩했다. 위장이 치졸해 잡을 수 있는 범인을 놓쳤을뿐 아니라 범인들이 조치원까지 달아날 수 있게 했다. 요즘은 범죄에 차량이 이용된다는건 상식이다. 따라서 언제라도 범인이 탄 차를 추적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고 검거에 나서야 한다.
헬리콥터와 순찰자 등으로 입체추적체제를 갖추면 차량을 이용한 도주는 검거가 오히려 더 쉽다는게 선진국 경찰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경찰에 그런 입체적인 기동검거체제가 없음을 드러내주었다. 경찰이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