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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뿌리 없는 후보로는 대선 승리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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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인터뷰 내내 주어는 ‘정동영’이었다. “정동영이 결단했다” “정동영이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13일 밤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만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54) 후보는 대구 행사를 마치고 상경했다고 말했다. 눈꺼풀에 피곤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러나 자신의 포부를 밝힐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도 거침이 없었다. 격정 토로는 100분간 쉼 없이 이어졌다.

-피곤해 보인다.

“고단하다. 그래도 사람이 ‘기(氣)’로 사는 건데…. 이번 주말 경선(제주·울산·강원·충북)에서 이기면 좀 보충이 될 것 같다.” (※ 그는 15일 제주·울산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예비 경선에선 0.3%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2위를 했는데.

“내용에선 이긴 경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직전까지 손학규 대세론… 뭐 이렇게 얘기하려고 했지 않나. 그런데 그게 깨졌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항상 앞서 있다고 자신하더니 그것도 별것 아니었고. 국민이 ‘어, 정동영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았겠나.”

-본경선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정동영의 필승구도라고 생각한다.”

-근거가 뭔가.

“국민 눈높이에서 결정적 하자가 없다. 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만든 열정, 그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내부 결속력이다. 그런 뿌리와 정통성 없이는 (승리가) 불가능하다. 물론 그 뿌리·정통성이 새장 안에 갇혀 있다면 또 한계가 있겠지만.”

-김대중(DJ) 전 대통령 지지자 중에는 정 후보가 민주당 분당을 주도한 것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은데.

“민주세력이 결과적으로 분열된 데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다시 살아났다. 그 점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 책임을 다하는 것은 12월 대선에서 다시 승리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 후보가 최근 노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을 공격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는 정치적 동지였고 협력자였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전폭적인 신뢰를 해줬다. 굉장히 감사하다. 그러나 아무리 이 분야에서 뭘 만들어내면 뭐하나. 결국 정권이 넘어가면 다 무화(無化)되는 건데. 정동영의 판단은 다시 대통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지점에서 (노 대통령과) 충돌했다. 누가 옳았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대통합을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동영의 판단·노선이 맞은 걸로 증명이 될 거다.”

-국민 여론조사를 10% 반영하는 경선 룰이 확정됐다. 불리해진 것 아닌가.

“불리하지 않다. 한나라당 지지자를 빼고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만 원칙·합의 위반이라 받아들일 수 없어 밤새 고민했다. 그런데 당이 너무 취약하고 위기에 빠졌다. 그래서 수용했다.”

-당내에서 정 후보의 조직이 가장 강하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까지 조직으로 선거를 해본 일이 없다. 늘 명분과 바람으로 했다. 조직엔 필수적으로 돈이 든다. 돈으로 유지하지 않는 조직은 조직이 아니다. 그건 자발적 지지자인 ‘서포터스’다. 5년 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6개 시·도를 완주했다. 매번 깨지면서 후보인 저와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번이 두 번째 국민경선 도전인데 소감이 어떤가.

“5년 전엔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걸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넘어질 수 없다는 오기였다. 그리고 내가 국민경선을 만들었다는 명분…. 내가 국민경선 주창할 때 노무현 후보가 찬성했나, 이인제 후보가 찬성했나. 다들 체육관에 1만 명 모아놓고 후보 될 생각 했지. 당시 당을 생각한 사람은 정동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해놓고 먼저 떠났다는 비판도 있다.

“예스맨들이 하는 소리다. 열린우리당은 2·14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정치적 해체 결의를 했다. 누구 때문에 했나. (책상을 세 번 내리치며) 정동영이 결단한다고 하니까 한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정한 4개월 시한을 넘겼는데 주저앉아 당을 사수하는 것이 대의는 아니다. 그래서 (신당이라는) 구명선을 만들었고 모두 올라탔다. 절대 안 타겠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아무 설명 없이 옮겨 탔다. 뱃삯을 내놓으라고는 안 하겠지만 (친노 세력이) 투덜거리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지금 배에다 송곳으로 구멍을 내는 것 아닌가. 배가 가라앉으면 어떡하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후보는 철저히 기득권적이다. 살아온 족적이 모두 시장경제에 반한다. 돈 봉투 들고 로비해서 건설공사 따고… 반칙이다. 국회의원 선거도 돈 봉투 뿌려서 종로 국회의원 딴 것 아닌가. 역시 반칙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지난 30년간 기업인 출신 최고지도자가 한 사람 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다. 결국 (선거에 지고) 쫓겨났다, 독직(瀆職)으로…. 이 후보가 경제전문가라는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밑에 있을 때 잘나갔지, 정 명예회장 벗어나서는 번번이 실패했다.”

-정 후보가 이 후보의 대항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이 후보는 청계천 가지고 살아난 것 아닌가. 그런데 청계천은 밥이 아니다. 개성공단이 우리가 먹고살 밥이다. 이 후보가 연 7% 성장하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7% 성장할 만한 잠재성장력을 갖춰야 할 것 아닌가. 잠재성장력 확충에 대한 답을 가진 후보는 정동영밖에 없다. 양질의 북한 노동력과 한국 경제를 결합시키는 것. 이것이 ‘정주영 비전’인데 나는 이게 맞다고 본다.”

-그럼에도 정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주식 저평가)가 있고, 정동영 디스카운트도 있는 것 같다.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되고 있다. 전자는 핵문제 해결 전망과 함께 걷힐 것이다. 후자도 일대일 구도가 되면 그런 상황에서 좀 벗어날 것으로 본다.”

-손학규 후보 측 일부 인사는 호남 출신의 정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되면 영·호남 대결 구도가 부활해 필패라는데.

“유시민 후보가 (DJ가 당선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의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한 적이 있다, 호남 후보여서…. 그때도 별의별 해괴한 이론이 있었다. 나는 이번에 부산에서 5년 전 노무현 후보가 받았던 표보다 더 받을 자신이 있다. 빚 받으러 왔다고 얘기할 자격이 있지 않나.”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귀공자풍의 외모 때문에 국민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귀공자가 다 얼어죽었나 보다(웃음). 고생한 게 자랑은 아니다. 다만 TV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없는 사람들 심정을 저 사람이 알까’ 하는 것은 있는 것 같다. 유년 시절은 유복했다. 17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편이 어려워졌다. 집에서 옷을 만들어 보따리를 메고 동대문시장에 가서 이 가게, 저 가게 팔러 다니기도 했다.”

-결혼할 때 처가에서 반대가 심했다던데.

“내가 딸을 뒀어도 안 줬을 거다. 홀어머니에, 장남에, 가난한 집에…. 처음에 가서 딸 달라고 할 때는 대학 복학생 신분이었다. 방송기자가 된 것도 취직을 해야 다시 한번 시도라도 해보겠다 싶어서였다.”

-본인도 기자 출신이고 캠프에도 기자 출신 의원이 많은데 기자 출신 정치인의 강점과 약점은.

“기자 출신이 교수 출신보다는 대통령감으로 낫지 않을까(웃음). 장점은 역시 남의 얘기를 잘 듣는 것 아니겠나. 단점은 매사를 객관화해서 관찰자 입장에서 본다는 것이다.”

-방송기자·앵커·국회의원·대변인·여당 의장·통일부 장관 등 경력이 다양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직함은 뭔가.

“통일부 장관과 당 의장이다. 2004년 처음으로 열린우리당 의장이 됐을 때는 사실 신이 났다. 당선 한 달 만에 정당 지지도 1등이 됐다. 그게 기화가 돼서 탄핵으로 이어졌다. 총선에서 만들어진 과반 의석 정당을 이끌고 한 2년 진짜 집권여당을 운영해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거 못한 대신 통일부 장관 가서 열심히 일했다. 9·19 합의와 개성공단을 나 혼자 했다고 할 순 없지만 선두에 서서 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만일 당선되면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나.

“감성적이고 따뜻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대통령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국민의 가슴속에 있는 지혜·욕구를 잘 헤아려야 한다. 지난 5년간 신설된 세금은 종합부동산세밖에 없지만 과표 현실화 등으로 세금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사교육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이런 아우성이 터져나오는데 이걸 못 들었다. 내가 재경부 장관은 아니었지만 정치인으로서 민생문제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솔직히 반성한다.”

만난 사람=최훈 정치 에디터, 정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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