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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kei(日經) report] ‘삼성 타도’ 깃발 아래 뭉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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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일본 반도체산업이 부활을 외치고 있다. 이른바 ‘제2차 히노마루 반도체 구상’. 한때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공급했던 일본 반도체의 부활 프로젝트다. 일본의 ‘반도체 태양’은 다시 떠오르는가?


다시 한번 일장기(히노마루·日の丸)를 드높이 펼칠 태세다. 군사분야 이야기가 아니다. 그 동안 인텔·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미 양국 반도체업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일본 반도체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7월26일 일본에서는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과 르네사스(ルネサス)테크놀로지가 LCD TV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시스템 LSI(대규모집적회로)’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선언했다. 이는 바로 하루 전인 7월25일 있었던 도시바(東芝)·NEC일렉트로닉스·후지쓰(富士通) 등 3사가 발표한 차세대 시스템 LSI 공동 생산을 목표로 한 제휴 구상에 이어진 것. 한마디로 일본 반도체업계가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는 의미다.

인텔·삼성 누르고 1980년대 영광 재현 목표

일본 반도체업계가 합종연횡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는 세계를 호령했다. 정점에 도달했던 1988년에는 세계 반도체 수요의 51%를 공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주도권을 한국과 대만 업체에 내주기 시작했다. 급기야 PC에 사용하는 CPU 같은 비메모리분야가 급성장하면서 이 분야의 강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도 추월당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 반도체산업의 매출액 1·2위 업체인 인텔(비메모리부문 주도)·삼성전자(메모리부문 주도)와 비교할 때 일본 각 회사의 매출액 격차는 날로 벌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본격 반격에 나선 것이다.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발상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반도체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에서 평범한 위치로 내려앉게 된 데는 ‘기술력’의 문제가 아닌 과도한 국내시장 의존도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일본 반도체업체 대부분이 대형 가전업체의 한 부분으로 출발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일본 가전업체가 세계 시장을 장악했을 때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었던 이 요인이 한국 등 후발 주자가 세계시장을 잠식하면서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손실이 늘어나면서 반도체부문을 분사했으나, 오히려 이것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거의 상실하게 됐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강화하는 등 반도체부문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그 결과 2006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매출액 규모 198억 달러로, 일본 내 선두주자인 도시바의 101억 달러를 더블 스코어로 따돌릴 정도로 단시간에 급성장했다.

때문에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 현 상황의 타파가 요원하다는 것이 일본 반도체업계의 생각이다. 이름하여 ‘히노마루 반도체 구상’이 그것.

사실 ‘히노마루 반도체 구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말에도 도시바·마쓰시타·NEC·르네사스·히타치(日立) 등 5개사가 공동으로 약 2조 원을 투자해 최첨단 시스템 LSI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술 개발분야, 기술자 파견문제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2006년 여름께 이 구상은 완전히 파탄났다. 그래서 이번 계획은 ‘제2차 히노마루 반도체 구상’이 되는 셈이다.

▶ 일본의 한 반도체 공장 내부.

주목받는 도시바 등 3개사 연합체

일본 반도체업계는 1차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각 진영이 기술 개발을 하려는 것은 반도체 회로 선폭이 32나노미터(nm, 1nm는 10억 분의 1m)인 최첨단 제품이다. 제휴 구상을 먼저 밝힌 도시바 진영의 경우, 이 32nm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많게는 2,000억 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 가을부터 3사는 각 회사의 기술진을 파견해 반도체 회로 설계를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또 2년 후에는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춰 시장에 내놓을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공동 출자한 제조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있다.

지분 구성은 선두 업체인 도시바가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지분을 소유하고 대주주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생산 공장 후보지는 각 회사가 현재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들. 도시바는 오이타(大分)현에, NEC는 야마가타(山形)현에, 후지쓰는 미에(三重)현에 각각 반도체공장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일본 반도체업계가 2개 진영으로 양분돼 있다는 점이다.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일 규모로 거대한 생산 설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2개 진영 모두 성공적이지 못한 출발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도시바 진영의 경우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부문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iSuppli)에 따르면 도시바 등 3개사의 매출액 합계는 18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는 삼성전자(198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어느 정도 승부를 걸 수 있는 규모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마쓰시타(40억 달러)와 르네사스(79억 달러) 연합군은 규모에서 3개 업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마쓰시타 등은 공동 기술개발에 그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공동 생산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가 주목해야 할 진영은 도시바 등의 3개사 연합체로 예상된다. IT산업의 젖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도체산업, 한·일 양국 간 주도권 다툼이 격화할 전망이다.

김상진_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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