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3생 30%가 약물 경험-代用마약 확산 심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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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약물남용연구소(소장 朱王基강원대약학과교수)가 지난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약물 오.남용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 3년생 10명중 3명이상이 본드.진해제등 환각효과가 있는 약물을 복용해 본 경험이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이 조사자료는 또 중학 3년생의 24%,심지어 국교 6년생의17.8%가 약물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부 선진국에 비해서도 결코 낮지않은 것으로 약물 오.남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환각제는 대마초.히로뽕 같은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약국이나 병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용마약」이라는 게 특징.
검찰이 10일 판매책들을 구속기소함으로써 엄청난 유통규모및 사용실태가 드러난 진통제 염산날부핀(속칭「누바인」)도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약물남용연구소가 지난해9월 전국 1만1천1백9명의 10대청소년들을 대상으로「누바인」주사 경험을 조사한 결과 소년원에 수용중인 청소년의 2.9%가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환각제 대용약물이 향정신성 의약품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약자는 처벌조차 할 수가 없고 판매자에 대해서만 약사법 위반죄 적용만이 가능한 현행 법률의 맹점이「약물환각」을 퍼지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용약물의 사용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등에 대한 유엔이나 선진국 규제법을 따르기 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별도의 규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게 검찰등 관계당국의 일치된 견해다.
약물남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각제의 종류에 따라 담당및 관리부서가 분산된 상황에서 소관부처간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일관된 대책을 마련하는게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청소년들이 자주 흡입하는 본드류는 환경처,부탄가스는 상공자원부,환각성 약물은 보사부등으로 소관부처가 각각 나뉘어져 있다.
또 청소년들을 상대로 약물복용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는등 본격적인 마약퇴치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사부에서 현재 학교생활 지도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약물교육이 연간 2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대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학교교과 과정에 마약의 위험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음은 물론 美國의 경우 국립 약물남용연구소(NIDA),캐나다는 약물남용연구재단(ARF)을 정부예산으로설립해 종합적인 연구.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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