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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 높이 '쌍둥이 탑' 바다 위로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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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요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는 사람들은 공항에 가까워질 무렵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웅장함에 감탄한다. 바다를 가로질러 대열을 지어 끝 간 데 없이 뻗어 나간 구조물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신기루를 보는 듯하다. 서해 상의 대역사(大役事) 인천대교 건설 현장이다.

최근 이 건설 현장에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했다. 인천대교의 상징인 거대한 주탑이 위용을 드러냈다. 주탑 공사는 송도 국제도시~영종도 간 바닷길 30리(12.3㎞)를 잇는 이 공사의 최대 난코스다. 주탑은 완공되면 높이만 238.5m로 63빌딩과 맞먹는다.

한국의 기술진은 최근 주탑 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세계 6위 규모의 해상 교량을 건설하기 위한 대장정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인천대교의 공정률은 56%다.

11일 낮에 찾은 인천대교 공사 현장은 대규모 군사작전지역을 방불케 했다. 코끼리 3000마리를 한꺼번에 들어올릴 수 있는 대형 해상 크레인들을 중심으로 인력.자재.장비를 운반하는 크고 작은 선박이 잇따라 들락거리고 있었다.

시공을 맡은 삼성JV의 김화수 현장소장(상무)은 "인천상륙작전 이래 가장 많은 인력.장비가 이 바다에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로 치솟은 주탑 =인천대교는 송도.영종도 양쪽 해안의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의 접속교와 수심이 깊은 해역의 사장교(1.5㎞)로 구성된다. 전체 교각 수만도 380개에 이른다.

사장교를 떠받치는 게 역Y자 모양의 2개의 주탑이다. 주탑 간의 거리는 800m로 10만t급 배가 드나들 수 있게 설계됐다. 공사는 2005년 7월부터 시작해 25개월 만인 지난달 말 해발 170m 상공에서 주탑의 양쪽 기둥이 합쳐졌다.

주탑을 세우기 위해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 공사에 쓰였던 하이라이저(고압압송 펌프카)가 동원됐다. 압송 파이프를 연결해 콘크리트를 쏘아 가며 주탑의 높이를 올리는 것이다. 현재 해발 180m 높이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주탑의 아랫부분을 바다 바닥에 고정시키기 위해 길이 70m짜리 파일 24개를 바닥 50m 깊이까지 박았다. 공사 구간의 수심은 평균 20m다.

최첨단 다리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이 순수 국내 기술로 이루어 진 것도 자랑거리다. 삼성건설을 비롯, 대우.대림건설 등 7개사의 조인트벤처인 삼성VJ가 공사를 하고 있다. 망망대해의 공사 현장이다보니 현장 인력들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로 출퇴근한다.

◆세계 관문으로 육성=인천대교는 단순한 연륙교(連陸橋)가 아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송도 국제도시와 영종도 국제물류기지로 외국기업.자본을 끌어들이는 '레드 카펫' 역할을 맡을 해상 교량이다.

사업비가 1조5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영국 에이멕사가 사업 시행을 맡았다. 일종의 외자 유치인 셈이다.

2009년 10월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송도~영종도 간을 현재보다 40분 빠른 15분 내에 갈 수 있다. 세계적인 건설신문인 '컨스트럭션 뉴스'는 지난해 인천대교를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 미국 그랜드캐년의 공중 유리교량인 '스카이 워크' 와 더불어 세계 토목계의 '경이로운 10대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인천시는 '위풍당당'한 이 다리를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바다 위에 설치했던 2㎞의 가교(假橋)를 그대로 살려 공연장 및 낙조 전망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뭍으로 가는 다리' 꿈꾸던 섬 소년
"인천대교, 세계로 가는 대동맥될 것"

김수홍 ㈜인천대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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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는 '뭍으로 가는 다리를 놓고 싶다'던 섬 소년의 꿈이 걸린 사업이기도 하다. 김수홍(48) ㈜인천대교 대표는 영종도 토박이(중산동) 출신이다.

판문점과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를 설계한 건축가 부친(김종식씨)의 영향으로 영종도~인천 간의 다리 건설을 꿈 꿔 왔던 그는 1999년 그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 캐나다 건설업체 '아그라'의 한국지사장이던 김 대표는 본사에 민간투자사업으로 인천대교 건설을 제안해 받아들여진 것. 이후 아그라가 영국의 에이멕에 합병되었지만 계속 인천대교 사업을 맡고 있다.

-인천대교의 가치는.

"우선 인천공항과 인천항이라는 물류기지를 이어주는 '바다 고속도로'다. 한국의 역동성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대동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인천대교 투자 사업의 강점은.

"지금까지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주로 건설사 주도로 해 왔다. 인천대교는 돈만 대는 재무적 투자자 중심으로 수행됐다. 때문에 민자사업 최초로 국제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투명성을 크게 높였다.

-어떤 모습의 인천대교를 꿈꾸나.

"안전성과 기능성뿐 아니라 하늘.바다.육지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명품 다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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