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속 터널+사장교로 … 거가대교 공사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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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안정공단 내 콘크리트 구조물 제작장 도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침매터널. 최고 수심 48m 바다속에 빠트려 연결해 터널로 만든다. [사진=김상진 기자]

9일 오후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공단내 부산∼거제간 거가대교 콘크리트 구조물 제작 현장. 7만5000평 부지 가운데 가로 450m,세로 150m 크기의 도크 속에서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4개가 만들어 지고 있다.
부산시 가덕도와 거제도간 3개의 작은 섬을 사장교와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총 길이 8.2㎞의 공사구간중 해저터널 구간에 들어갈 콘크리트 구조물 18개 중의 일부다. 해저구간은 바다밑을 뚫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만든 콘크리트 터널을 수심 40여m의 바다밑에 빠뜨려 고정시키는 ‘침매(沈埋) 터널’ 공법으로 건설중이다.

거가대교는 10여년전 부터 추진돼 왔으나 해군의 반대에 부딪혀 제자리 걸음이었다. 공사구간이 진해 해군기지를 오가는 군함과 잠수함의 항로여서 보안문제로 반대했던 것이다. 해상교량은 군함과 진해만 해군기지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끝에 나온 공법이 침매터널이었다.

국내서는 처음시도되는 공법이다 보니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숱한 진기록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도크에서 만드는 침매터널=부산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 길이 3.7㎞의 바다밑에 놓일 침매터널은 대형조선소에서 볼 수 있는 도크속에서 만들어 지고 있었다. 다음달 준공될 침매터널 4개는 물에 띄우기 위해 양쪽 입구를 막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체 해저구간은 모두 18개의 침매터널 구조물로 연결된다. 한개의 침매터널 구조물은 너비 26.4m, 길이 22.5m, 높이 10m 크기인 콘크리트 블럭 8개를 붙여서 만든다. 총 3.7㎞구간에는 144개의 블럭이 연결되는 것이다. 블럭 8개가 연결된 길이 180m 짜리 1개의 침매터널 구조물은 양쪽 입구를 막은 뒤 도크에 물을 채우면 무게 4만8000t 짜리 거대한 구조물을 부력으로 물위에 뜨게 된다. 배를 진수하듯이 구조물을 수면위로 띄워서 공사현장까지 끌고 간다.

바다속에서 염분의 부식을 견뎌야 하는 침매터널이다 보니 공법도 까다롭다. ‘□’모양의 터널에서 바닥과 벽, 천장을 따로 타설하지 않고 한꺼번에 작업하다보니 24시간 철야작업이 예사다. 타설 시기를 달리하면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럭 하나를 만드는 동안 레미콘 차량 370대 분량의 콘크리트인 6000t이 들어간다. 콘크리트도 수분함량이 적고 제철소 고로에서 나온 탄화재를 포함한 특수시멘트를 쓴다. 보통 건설현장에서는 시험타설을 한번밖에 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새 구조물마다 시험타설을 세번이상 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있다.

내년 말까지 18개의 침매터널 구조물이 모두 만들어지면 현장으로 옮겨서 물을 뺀 뒤 가라앉혀서 바다밑에서 조립연결하게 된다.

수심 48m 바다밑을 12m를 파서 암반에다 높이 10m의 침매터널 구조물을 고정시킨 뒤 원래 바닥표면과 맞추면 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침매터널이 건설됐지만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최고 수심 48m)에 건설하는 침매터널이다. 게다가 내해(內海)가 아닌 외해(外海) 쪽이어서 물살·바람도 거친 최악의 조건이다.

◆교각도 레고 조립하듯이=침매터널 도크 앞 바닷가에서는 높이 40m짜리 교각 23개를 만드느라 높다란 크레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교각도 바다밑에 들어가는 기초부분은 2∼3개 조각, 상판을 받치는 윗부분은 2조각으로 나눠서 속이 비어있는 우물통 공법으로 만들고 있었다. 교각 하나를 구성하는 4∼5개 조각을 바지선으로 현장으로 옮긴 뒤 레고처럼 조립한 뒤 속을 골재로 채워서 콘크리트로 고정시킨다.

23개 교각에 필요한 콘크리트 조각은 모두 95개다. 바다밑에 들어갈 교각 기초 13개는 이미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앞 바다에 설치를 마쳤다. 8개는 제작중이며 2개는 올해말 작업에 들어간다. 콘크리트 조각 한개 무게는 2700t쯤 된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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