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e-메일엔 누가 숨어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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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11일 "신씨가 직접 써 보낸 e-메일에는 지난 수년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정.관계, 문화계 고위인사들에게 청탁한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신정아 e-메일 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신씨의 e-메일 복구가 완료되면 신씨의 다양한 인맥이 드러날 것"이라며 "신씨의 경력을 보면 가짜 학위 이외의 다양한 배경과 인맥을 동원해 성장한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 디지털수사팀은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신씨의 e-메일을 넘겨받아 분석했으며, 이 중 변 실장이 신씨에게 보낸 e-메일 100여 건만 먼저 복구한 뒤 '연서(戀書)'에 가까운 내용이 나오자 이를 위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신씨가 보낸 메일도 분석 끝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서부지검에 자료를 넘겼다"고 답했다. 검찰이 확보한 변 전 실장과 신씨의 e-메일 규모는 수백여 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부지검은 변 전 실장과 신씨의 관계, 동국대 임용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역할, 변 실장이 과테말라(7월 초) 출장 중 신씨의 '구명'활동을 벌였는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이 분석한 e-메일에는 변 전 실장 외에 정.관계, 학계, 예술계, 언론계, 경제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신씨의 후원자와 관련, 서부지검 관계자는 "계좌추적을 했으나 별로 나온 게 없다"며 "신씨가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더라도 개인 계좌가 있었다"고 전했다.

?화려한 경력의 배후는?=금호미술관의 아르바이트생이던 신씨는 1997년 12월 큐레이터로 발탁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03년 성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주요 사립대 대학원에 출강하는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추천위원, 하나금융그룹 문화 자문위원 등 화려한 경력을 거쳤다. 이후 동국대 교수로 임용되고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과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큐레이터로 임명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신씨가 이같이 화려한 경력을 쌓기까지의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 그가 선임되는 과정에서 특정 인사의 독단적 인사 행태에 대해 비판이 나오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다.

동국대에 감사로 있었던 한 인사는 "변 전 실장 한 명이 아르코, 동국대 교수, 광주 비엔날레, 기업체 등 신씨의 넓은 활동 영역을 다 봐줬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정부 관료였던 만큼 도와줄 수 있는 분야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씨가 변 전 실장이 아닌 다른 인사에게 보낸 e-메일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제2, 제3의 배후 인물이 드러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권호.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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