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요? 제가요? 왜 내요?” M세대 몰래 쉬는 ‘조용한 휴가’

  • 카드 발행 일시2024.06.25

The Company

‘조용한 휴가(Quiet vacationing)’가 국내외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조용히 확산하고 있다. 정상 근무일인데 일하는 시늉만 하고 개인 볼일을 보며 소극적으로 쉬는 업무 태도를 뜻한다. 사표 안 내고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내거나 직급을 낮춰 버리는 ‘조용한 해고(Quiet firing)’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조용한’ 시리즈다.

깔끔하게 연차를 쓰면 될 일을 왜? 이런 직장인들도 ‘할 말은 있다’고 한다. 조용한 휴가라 쓰고 ‘업무 태만’이라 읽는, 이 행동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 밀레니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상사나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휴가를 보내는 '조용한 휴가'를 떠나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진 픽사베이

미국 밀레니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상사나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휴가를 보내는 '조용한 휴가'를 떠나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진 픽사베이

목차

1. 휴가는 아니지만 휴가입니다만
2. 근로자를 위한 변명
3. 기업 경영의 실패일까
4. 조용한 시리즈, 어디까지?

1. 휴가는 아니지만 휴가입니다만 

국내 한 중견기업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는 조모(34)씨는 석가탄신일이던 지난달 15일 수요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박5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조씨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는 금요 휴무를 이 주에 활용하기로 했다. 목요일 하루만 연차를 쓰면 일요일까지 5일 연속으로 쉴 수 있는데도 조씨는 목요일에 연차 대신 재택근무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노트북 들고 제주도에 가서 하루만 일하면 되는데, 굳이 연차를 내서 ‘5일 연속 놀겠다는 애’로 찍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기업 소속 회사원들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제주시 조천읍의 한 워케이션 공간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수도권 기업 소속 회사원들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제주시 조천읍의 한 워케이션 공간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조용한 휴가의 방식은 다양하다. 우선 조씨처럼 휴가지로 떠나버리는 유형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기업들이 도입한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과 비슷하다. 하지만 회사에 자신의 위치를 알린 후 업무시간 이후 휴양을 즐기는 워케이션과 달리, 조용한 휴가는 휴양지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는다. 회사가 직원의 근무지를 체크하지 않는 IT산업 종사자나 전문직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보다 좀 더 소극적으로 집이나 인근 카페에 머물며 최소한의 일만 하는 방식도 있다. 전면 재택근무를 하는 IT기업 직원 이모(35)씨는 연말연시엔 자체적으로 조용한 휴가를 떠난다. 근무일, 근무시간 중에도 집에서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마치 주말처럼 휴식을 즐기는 식이다. 일상 업무와 거리가 있지만, 업무와 관련된 리포트를 읽으면서 종일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회사에서 연락이 올 수 있으니 자리를 뜨지는 않지만, 평소보다 여유롭게 요리해 먹거나, 집 안에서 ‘홈트’(홈트레이닝)도 즐기면서 업무시간을 활용한다. 이씨는 “바쁠 때는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할 때가 많은데, 일 좀 없을 때 이런 식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건 내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