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법인 「제3섹터」/『KIET 실물경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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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식은 책임경영 “한계”/사업초 빠른 진척… 관리는 비효율/“실패한 시스템” 단정보다 대안을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앞두고 지방정부와 그 지역 민간경제단체들이 공동출자한 민관합동법인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반민반관 형식의 이같은 합동법인은 민도 관도 아니어서 소위 「제3섹터(sector)」로 불리고 있는데 대규모 공공사업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앞두고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3섹터는 도로·철도·관광단지 등 크고 작은 SOC사업을 위해 80년대 중반이후 일본에서 붐을 이룬 조직인데,국내에서도 경상남도와 경기도·전라남북도 등에서 이같은 방식의 민관합동법인이 태동하고 있다.
대형 SOC사업을 겨냥해 정부는 이런 형태의 제3섹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민자유치촉진법안이 사업시행 주체중 하나로 명시한 「민관합동법인」이라는 것도 바로 제3섹터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모델로 삼고자 하는 일본식 제3섹터 방식이 만능이 아닐뿐더러 문제점이 적잖다는 지적이 산업연구원(KIET)에서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KIET 실물경제』(4월13일자)는 일본에서 시행해 본 결과 제3섹터 방식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적고 있다. 민관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했다는 지적인데,유사한 제도를 이제 도입하는 우리로서는 새겨 들을 대목이 많다.
일본의 시사경제지 『주간 다이아몬드』(3월5일자)도 일본전역에 4천4백여개에 이르는 제3섹터 형식의 회사·재단들이 대부분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KIET 일본연구센터의 김인중 책임연구원은 『제3섹터 형식의 회사들이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이 단일프로젝트 또는 하드웨어를 완성하는 일엔 분명한 성과를 보였으나 그것을 관리·운영하는 과정에선 기대만큼 효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이 홀로 경영하는게 더 바람직한데도 관성에 의해 관이 계속 발을 들여놔 책임경영을 저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 연구원은 「사이언스 파크」나 「리서치 코아」와 같은 연구개발사업을 들었다. 지방정부와 그 지역 민간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을 돕기 위해 이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 돈만 삼킬 뿐 생산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민자유치촉진법을 입안한 경제기획원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이 힘을 모아 가장 성공적으로 공공사업을 벌인 나라가 일본』이라며 『적자라는 사실만 놓고 일본의 제3섹터 방식을 실패한 시스템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어떻게 운영해 그런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따져 보고 거기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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