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원정 같은 홈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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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성화 감독

10일 오전 11시10분, 시리아 올림픽축구대표팀을 태운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내렸다. 같은 시각 한국 올림픽팀이 탄 비행기는 중앙아시아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시리아팀이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오후 4시45분 한국팀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홈팀이 원정팀보다도 입국이 늦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3차전은 '홈에서 치르는 원정경기'인 셈이다.

한국은 9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시리아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각각 원정경기를 치렀다.

서울과 시차는 마나마가 6시간, 사마르칸트가 4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시차 1시간 극복에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출국해 이미 바레인 시차에 적응한 한국 선수들이 이틀 뒤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가기는 무리다. 훈련할 수 있는 날도 11일 하루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근호(대구). 이승현(부산).최철순(전북)이 경고누적으로 바레인 원정에 빠진 게 오히려 잘된 일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주간이라 K-리그까지 쉬는 바람에 세 선수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리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11월에도 '원정경기 같은 홈경기'가 한 차례 더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17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원정경기를 치른 뒤 21일 서울로 들어와 바레인과 홈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조 1위를 확정해 베이징행을 결정짓는 게 경기 외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최선의 방법이다.

전 세계에서 지역예선을 치르기 위해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는 곳은 아시아뿐이다. 더구나 호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편입으로 아시아는 더 넓어졌다. 이 때문에 9일 17세 이하(U-17) 월드컵 폐막 기자회견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을 중동지역과 극동지역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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