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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총선현장을가다>남아공,소웨토주민 새정부 새시대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하네스버그 서남방에 위치한 흑인집단거주지역 소웨토.
「Southwest Township」의 앞머리 글자를 따「서남마을」이란 뜻의 소웨토는 남아공 흑인들의 가난과 고통을 웅변해주는 현장이었다.
소웨토가 외부세계에 알려진 것은 76년6월 6백여명의 흑인이백인통치에 항거하다 목숨을 빼앗긴 봉기가 발생하고 부터였다.
요하네스버그와 소웨토사이는 불과 40㎞.그러나 두지역간의 문명은「흑과 백」의 피부색만큼이나 화합할 수 없는 격차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침 일찍 전원주택이 그림처럼 박혀있는 요하네스버그의 교외를뒤로하고 편도1차선을 따라 한시간 좀 넘게 달리자 소웨토가 나타났다. 마을 입구인 바라과나 광장에서부터 빈곤의 냄새는 물씬풍겨나왔다.
녹슨 함석으로 지붕이나 사방벽을 덕지덕지 이어붙인 1평짜리 집과 쓰레기 더미속에 파묻힌채 간신히 숨을 이어가고 있는 남루한 흑인들의 모습.
앙상한 철골조만 남은 봉고버스정류장에는 백인마을로 파출부일을떠나는 흑인여성들의 행렬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봉고차정도 크기로 밖에 안돼보이는 소형승합차에 30여명씩 마치 짐짝처럼 실려갔다.
마을 안은 쓰레기 썩는 냄새,지린내,인분내로 속을 뒤집었다.
쓰레기.먼지등으로 뒤범벅된 길옆의 10평 남짓한 벽돌집들과 뒷골목에 자리잡은 함석집에서 나오는 냄새들이었다.
벽돌집에는 백인들의 허드렛일을 하며 월 4백란드(약2백달러)를 버는 흑인거주자들은 한집에 보통 6~7가구가 벽돌집에서 하나의 수도꼭지와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어 오물이 길바닥까지 넘칠지경이었다.
가장 처참한 지역은 만델라가 한때 살았다는데서 연유한 만델라광장부근.
광장이라고 해야 조금 넓은 버스정거장일 뿐이다.어림잡아 수천개의 찌그러진 함석집이 딱정벌레처럼 바글바글거리고 있었다.방이하나뿐인 함석집안에는 보통 5~6명이 뒤섞여 물도,불도,화장실도 없이 살고 있다.그러나 이제 그들은 과거와는 다른 기대속에서 살고 있다.백인들이 채웠던 수갑을 풀고 투표하는 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었다.소웨토에 韓國에서 온 기자가 들어서자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까지 몰려들어 자신들의 부족어를 섞어가며「만델라」를 외쳐댔다.
『정부가 이제까지 버려진 우리 흑인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얻고 싶습니다.만델라는 우리에게 최소한 물과 전기를 약속했지요.』 줄루族 출신으로 이곳에 살고 있는 쿨라보이(25)는『만델라는 3백50만 소웨토 흑인들의 유일한 자랑』이라며 당장 내일 엄청난 변화가 올 듯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인간 대접을 받는 일입니다.이 빈민굴속 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자리와 최소한의 생활여건을 백인에게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노예상태를 못벗어날 것입니다』 주민들의말이다. 만델라의 정치경륜이 중요한게 아니라『살수 있게 해주겠다』는 단 한마디와 백인들에 대한 뿌리깊은 배신감이 그들을 휘어잡고 있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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