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간통죄 폐지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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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북부지법 판사가 며칠 전 헌법재판소에 형법상 간통죄가 위헌이라며 심판을 제청했다고 한다. 헌법이 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성 행위 상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성적(性的) 자기 결정권’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간통죄는 위헌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간통죄는 그동안 세 차례의 헌재 심판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다. 선량한 성도덕, 부부 간 성적 성실 의무, 가족 및 여성 보호 등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사회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간통죄 폐지론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를 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헌재 역시 2001년 합헌 심판을 내릴 때 세계 흐름과 사생활 개입 논란 등을 고려해 국회에서 폐지를 검토하라고 제기한 바 있다. 또 간통죄를 삭제한 형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표적인 사생활 영역인 개인 성생활에 국가가 개입해 간통죄를 유지해 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일반적 인식, 간통죄가 여성과 가정을 지키는 유효한 수단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권리는 꾸준히 신장돼 왔다. 내년부터는 호주제가 폐지되고, 부부 강간죄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간통죄는 남성의 불륜이 주범이란 사회적 통념도 깨졌다. 서울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남성이 부인의 불륜을 고소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또 간통죄는 이혼 소송 제기 후 고소로 시작되기 때문에 가정을 지키는 제도도 아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간통 자체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법적 현실도 있다.

물론 헌법이 명시한 혼인의 순결과 가정의 건전성,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아직 낮다는 이유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도 폐지에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간통제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형사 처벌을 없앤다 해도 민사적·도덕적 책임은 여전히 남을 것이며, 동시에 다른 법·제도를 보완해 여성·가정 보호 확대 방안을 찾는 것이 시대 흐름에도 맞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