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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 조직 키워야 하는데… 鄭, 지지층 넓혀야 되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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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04면

손학규(左),정동영(右) [뉴시스]

손학규·정동영 두 사람은 5일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득표율 차이는 고작 0.3%포인트. 3∼5위를 기록한 ‘친노 3인방’(이해찬·유시민·한명숙 후보)과는 격차가 제법 벌어졌다. 손·정 양측은 모두 본경선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넓이’와 ‘깊이’의 대결인 셈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 ‘투 톱’ #두 남자의 속 타는 가을

손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은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자들이 손학규보다 정동영에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 후보 쪽도 같은 생각이다. “미우나 고우나 ‘너는 내 새끼’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김현미 대변인)는 것이다. 손 후보 측은 그러나 정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맞붙을 경우 영·호남 대결구도가 재연돼 필패라고 주장하고 있다. 넓이가 없는 깊이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손 후보 측 정봉주 의원은 “대선에서는 좁고 깊은 지지율이 패배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측 반론도 만만찮다. 민병두 의원은 “(범여권은) 한나라당과 민노당이라는 좌우 양쪽의 전선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손 후보처럼 중도층에만 신경을 쓰면 왼쪽 둑이 허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깊이가 없는 넓이는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정 후보 측이 “정체성이 불분명한 손 후보가 본선에 나서면 피아 구분이 안 돼 총 한 방 못 쏘고 무너진다”(정청래 의원)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예비경선 결과에서도 두 후보의 이런 강점과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1인2표제가 변수로 작용하긴 했지만 손 후보는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선거인단 대상 조사에서 근소하게나마 이겼다. 바람의 손학규와 조직의 정동영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손 후보 측에서는 자신들이 조직전에서 정 후보에게 밀린다는 점을 인정한다. 캠프 관계자들에게 본경선을 앞두고 가장 시급히 보완할 점을 말해 보라 하면 대부분 조직 강화를 꼽는다. 예비경선 전까지의 선거인단 모집 경쟁에서 정 후보 측의 70% 수준에 그쳤다는 말도 나온다. 손 후보 측 이호웅 조직총괄본부장은 “마지막엔 정 후보 측의 80∼90% 선까지는 따라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캠프 핵심 관계자는 “상대가 조직이 강하다고 나도 조직으로 버티는 게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바람을 일으키는 고공전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손 후보 측이 5명의 후보 중 가장 강력하게 본경선에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할 것을 주장한 것도 그래서다.

정 후보 측은 조직이 강하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행여 구태정치로 비칠까 싶어서다. 대신 ‘자발적 서포터스’가 많다는 표현을 쓴다. 정 후보에게는 지지자 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과 이 단체의 핵심 활동가 등이 주축이 된‘국민통합추진운동본부’(국본), 각계 전문가 중심의 ‘평화경제포럼’ 등의 조직이 있다.

특히 정통들은 지난해 말부터 1박2일의 ‘정통사관학교’를 일곱 차례나 열며 1800여 명의 열혈 활동가를 키워 냈다. 행사 참석자들은 밤새 토론을 하고 다음날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몸을 부딪치며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상호 국본 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자기 돈 쓰며 미쳐서 뛰어들 사람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의 싸움”이라며 “특히 주거생활권 중심이 아닌 직장생활권 중심의 사고를 해야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고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좀처럼 뜨지 않는 지지율이다. 정 후보 캠프의 조직 분야 핵심 관계자는 “조직만으로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전략을 잘 세워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의 승부는 손 후보가 넓고 얕은 지지 성향을 깊게 만들 수 있을지, 정 후보가 좁고 깊은 지지층을 넓힐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손 후보는 최근 “제가 한나라당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상처를 받은 분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마음의 빚을 대선 승리로 갚겠다”고 말하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런 고백을 반복하면 전통적 범여권 지지층의 마음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부쩍 개성공단 관련 업적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심층 조사를 한 결과 개성공단의 경제·안보 효과에 대해 설득하자 일부가 정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고 한다. 자신이 한나라당 이 후보의 표를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지지층을 넓혀 보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 공통적인 도전도 있다. 이번 예비경선에서 친노 후보 세 명의 득표율을 합하면 33.9%로 1위인 손 후보(24.8%)보다 높다. 이들이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손·정 두 후보 모두에게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국민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 데 반해 장외 주자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지지율이 조금씩이나마 오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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