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단발성 관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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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이날 하룻동안은 여러가지 행사로 장애인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면 단지 하룻동안의 행사였을뿐 장애인문제가 달라진 것은 별반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88년 장애인올림픽까지 개최한바 있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은 여전히 국가의 무관심과 사회적 냉대속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중 복지시설의 혜택을 받고 있는 장애인은 고작 1%밖에 안된다. 또 30%가 무학이며,70%가 무직이다. 92년도 조사를 보면 장애인중 월소득 20만원 미만이 20%,40만원 미만이 57.1%로 나타나 있다. 절대다수의 장애인이 절대빈곤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비참한 처지는 근본적으로 장애인들에게 대한 일반의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된다. 장애인들에게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거나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게 하는 일이 국가적·국민적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혜라고 여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인식이다.
정부의 시각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형상으로 뚜렷이 장애를 식별할 수 있는 장애인만도 최소 전체인구의 2.5%가 되는 것으로 어림잡고 있으나 정부예산 가운데 장애인정책 관련 예산은 93년의 경우 0.45% 밖에 안된다. 이는 선진국중 복지수준이 가장 낮다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 비해서도 7분의 1 밖에 안되는 낮은 비율이다.
우리들은 우선 장애인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심신장애가 있건 없건 똑같은 인간이고 국민이며,그런 이상 그들에게도 정상적인 국민과 꼭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국가와 일반국민들에게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장애의 대부분은 후천적인 것이다.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장애원인의 80∼96%가 질병·교통사고·산업재해 등 후천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더 좋은 의료환경과 교통시설·작업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었더라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었던 장애인 것이다. 여기에서도 왜 우리들이 장애인 문제에 연대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의 장애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이미 발생한 장애에 대한 대책에 집중되어왔으나 앞으로는 그 예방쪽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복지재정면에서 볼때도 그쪽이 더 경제적이며,또 근본적인 대책이 된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은 지하철도 이용을 못하게 해놓고,1급 장애인에게도 고작 한달에 2만원을 지급하면서 장애인의 날 행사만 떠들썩하게 펼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장애인의 날 주체가 장애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장애인의 날은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인 정상인들이 주체가 되는 반성의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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