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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북한 인부 한국인도 결정-러,북한보다 한국중시 암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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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러시아정부가 14일의 韓.러외무장관회담에서 벌목장탈출 북한인부의 한국행에 즉각 합의한데는 韓.러관계를 중시하는 러시아의 기본입장과 이 문제를 서둘러 종결지으려는 러시아 내부사정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외무부는 무엇보다 『韓.러관계와 北韓.러관계를 비교했을때 韓.러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러시아의 판단에 따른 결론』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북한 核문제 논의과정에서 러시아가『8자회담을 갖자』『북이 공격당하면 러시아가 지원할 것』이라는 식으로 북을 두둔하는듯한 발언을 했으나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북한보다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탈출인부 문제가 더 골칫거리가 되기 전에 해결해야하는러시아정부의 사정도 작용했다.
러시아내의 높아진 인권의식으로 벌목장 인권에 대한 비판여론이높아진 점을 러시아 정부가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최근 벌목장 탈출 북한노동자들이 인권탄압실태를 폭로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커질 조짐이 보이는데 대해 러시아 정부는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최고회의(의회)인권위원회의 코발레프 위원장이이끄는 의회조사단이 현장을 방문,인권실태보고서를 내기까지 해 이 문제가 러시아내에서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 다른 사정은 3백만명으로 추정되는 舊소련 난민 유입으로골머리를 앓고 있는 러시아정부가「탈출 노동자」라는 짐이 커지기전에 얼른 해결해버린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알렉산드르 파노프 러시아외무차관이 최근 뉴델리에서 열린 유엔亞太경제사회이사회(ESCAP)에서『벌목장 인부 한국인도와 관련,아무런 외교문제도 없다』면서 그간의 러시아 입장을 되풀이하며「어서 데려가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배경때문으로 해석된다.
러시아가 쉽게 합국의 의견에 동의해준 배경에 공개되지 않은 경제적 반대급부 제공이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도 있다.
러시아 내부 논의과정에는 산림당국이『북한이 반발하면「벌목목재3분의2를 배당받는다」는 경제적이익이 없어질지 모른다』며 반대했다는 얘기도 있다.
향후 벌목공 문제로 러시아의 신세를 져야하는 한국으로서는 당장 반대급부제공을 약속하지는 않았더라도 언젠가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
그러나 현재는 문제의 인원이 1백명 안팎에 지나지 않아 러시아의 태도가 부드럽지만 벌목장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로 문제가 커지거나 북한의 반발로 사태가 복잡해진다면 러시아의 태도가 경색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스크 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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