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포인트 결제=할인? 알고보니 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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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수품을 장만하느라 주말이면 예비 신랑과 함께 쉴 틈 없이 발품을 팔고 다닌다는 나행복 씨.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혼수비용에 밤잠을 설칠 지경이다.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구하던 나행복 씨가 찾아낸 것은 선포인트 결제 방식.

100만원 이상 전자제품을 구입하면 70만 원은 신용카드 포인트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어 당장 주머니에서 나가는 금액은 3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이마트에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 직장 2년차인 나초보 씨. 황금 같은 여름휴가를 밋밋하게 보내버린 그는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에게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냈지만 비용이 문제다. 성수기가 지났다고 하지만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려면 200만 원은 손에 쥐어야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행경비 마련에 분주한 나초보 씨는 친구로부터 신용카드를 만들면 당장 들어가는 경비 중 50만 원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공돈이 생긴 듯한 기분에 잔뜩 고무된 나초보 씨는 당장 해당 카드를 발급받을 생각이다.

각 금융회사들이 이같은 선포인트 결제 카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고액 결제를 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당장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얘기다.

하지만 선포인트 결제를 할인으로 착각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 실적으로 포인트를 쌓아 할인 받은 만큼의 금액을 24~36개월에 걸쳐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주유를 하지 않거나 휴대폰 요금이 많지 않은 경우 선포인트 결제 금액을 상환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월 100만 원을 웃돌기도 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 차 없고 휴대폰 요금 적으면 한달에 130만원 긁어야

A 카드는 하이마트 매장에서 전자제품을 구입하면 구입 금액에 따라 최고 70만 원까지 선포인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B 카드는 모두투어에서 여행 상품을 이용할 때 최고 50만 원을 선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게 해준다. C 카드를 이용하면 휴대폰을 구입할 때 최고 50만 원까지 선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다.

대부분 선포인트로 결제한 금액은 24~36개월 할부로 상환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앞당겨 쓴 포인트를 채우려면, 즉 결제 당시 할인 받은 금액을 상환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카드 이용액은 얼마나 될까.

3개 카드의 공통점은 자동차 주유 및 통신비 카드 이체를 할 때 그렇지 않을 때 요구되는 카드 이용액이 크게 차이 난다는 데 있다.

A 카드로 70만 원을 선포인트로 결제한 후 36개월에 걸쳐 상환할 때 매달 해당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50만원 가량. 하지만 이는 주유비 25만원을 카드로 결제하고, 본인과 가족 중 한 명의 통신비를 카드로 이체할 때 가능한 금액이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 주유할 필요가 없으면 매달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130만 원으로 급증한다. 여기에 통신비 카드 이체도 본인만 이용할 경우 필요한 카드 이용액은 140만원으로 늘어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물건 값을 치르면서 당겨 쓴 포인트를 채우려면 주유할 때 GS칼텍스를 이용해야 한다.

B 카드도 마찬가지다. 선포인트 결제로 50만 원의 여행 경비를 쓸 때 36개월 동안 매달 51만 원씩 카드로 지출해야 상환에 필요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달 현대오일뱅크에서 15만 원씩 주유하고, 통신비 10만 원을 카드 이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주유를 전혀 하지 않으면 필요한 카드 결제 금액은 70만 원으로 늘어나고, 통신비가 10만원보다 적을 경우 그만큼 결제해야 하는 금액이 증가한다.

C 카드 역시 휴대폰 구입에 50만 원에 해당하는 선포인트를 이용하고 36개월 할부로 상환할 때 자동차 주유를 하지 않으면 매달 70만~80만 원을 카드로 긁어야 한다. 여기에 카드로 이체하는 통신비가 10만원 이하일 때는 결제해야 하는 금액이 더 늘어난다. 또 상환에 적용되는 포인트는 OK캐시백 가맹점에서 이용한 카드금액에 한해서만 해당된다.

◇ 포인트 못 채우면 현금으로 결제해야

앞당겨 쓴 포인트를 상환하려고 필요 없는 지출을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전에 상환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선포인트 결제를 이용했다가 카드 사용 실적을 못 채우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포인트를 채우지 못한 만큼 현금으로 결제하면 된다.

상환 조건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할인혜택인 줄 알고 결제했다가 모자라는 포인트를 현금으로 채우고 나서야 사실상 빚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셈이다.

당장 50만 원의 지출을 줄이려고 길게는 3년에 걸쳐 신용카드 결제로 허리가 휘어서는 곤란하다. 이같은 실수를 피하려면 평소 자신의 지출 내역과 선결제 금액 상환에 필요한 카드 이용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

또 한 가지, 카드사의 선포인트 결제를 이용하려면 특정 전자제품 마트나 주유소, 여행사, 통신사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포인트 결제에 우선적인 목적을 두기보다 다른 매장이나 주유소를 이용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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