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중국.대만.홍콩등 중국어권 작품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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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 칸영화제에 중국어권 영화들의 출품이 잇따라 세계 영화계의주목을 받고 있다.장이모(張藝謨.중국)의 신작『活着』이 출품된데 이어 국내에도 개봉된『결혼피로연』으로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리안(李安)감독(대만)의『飮食 男女』도 출품신청된 상태.여기다 홍콩 뉴웨이브의 기수로 떠오르는 왕거웨이(王家衛)감독의 무협영화『東邪西毒』,후사오시엔과 함께 대만영화계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양더창(楊德昌)감독의『獨立時代』도 칸 본선 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영화의 칸영화제 출품 러시는 92,93년의 주요 국제영화제를 휩쓸다시피한 이른바「황색열풍」이 과연 올해에도 이어질 것인지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만만치않다.
중국어권 영화가 올 칸영화제에 잇따라 작품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첸카이거(중국)의『패왕별희』후사오시엔(대만)의『희몽인생』이 그랑프리.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것에 크게 자극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칸영화제는 유럽 영화제중 작품 질이나 규모면에서 최고의 영화제로 꼽히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영화에 대해선 상당히 까다로운 편.베네치아.베를린영화제 등에서 아시아영화들이 폭발적 인기를 누릴 때조차 칸영화제 주최측은 애써 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보여주었다.따라서 영화를 평가하는데 서구중심주의적 편견이 심하다는 비판을 그동안 많이 받아왔다.그러나 이들도 세계적인 중국영화의 강세를 무시할 수 없었던듯 지난해에는 드디어 주요부문에서 2개의 상을 중국어권 영화에 넘겨 주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출품된 중국어권 영화들이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얻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이긴 하지만 칸영화제집행위원회에서 과연그간의 관례를 깨고 두 작품 이상 뽑을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그동안 칸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는 경쟁 부문에서 대략 두작품 정도로 제한돼 왔다.
현재 출품 신청된 네 작품중 장이모의 신작이 그의 국제적인 지명도로 보아 본선 진출이 가장 확실시된다.그는 이미『붉은 수수밭』『귀주이야기』로 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바 있어 중국감독중 국제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감 독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는 이번 작품이『처음부터 칸영화제를 겨냥해 만든 것』이라며 지난 1월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회측의 출품 요청도 거부한 상태.
그밖의 작품중 주목되는 것은 왕거웨이의『東邪西毒』.이미 국내에서도 개봉된『열혈남아』『아비정전』으로 그는 홍콩영화에 싸구려장르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이번의 신작은 무협영화.이전의 두 작품에서 대단히 도회적 인 감수성을 내보인 바 있는 그가 과연 무협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팬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다.게다가 이 영화의 제작에 홍콩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무려 2년6개월이 소요됐다는 것도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완벽주의자로 소문나 있는 그는 장면 하나하나에 최대의 완성도를 노리고 촬영하는 바람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밝힌다.東邪와 西毒이란 두 전설적인 검객의 교류를 그린이 영화는 기존의 영웅주의적 무협영화와 차원을 달리하는 영화가될 것이라는 것이 그 의 호언이다.
장국영.임청하등 홍콩영화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것도 이영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칸영화제의 경쟁부문 작품은 4월말께 발표될 예정이며 본 행사는 5월12일부터 23일까지 거행된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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