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人本주의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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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경제가 경제지표상으로는 活況국면에 들어섰다.제조업 가동률이 3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등 경기호황이 건설업이나 서비스업종이 아닌 제조업 중심으로 主導되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한다.다만 우려되는 점은 급격한 물가상승 국면과 함 께 경기활황이 진행되고 있고 아직은 중화화공업과 경공업,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문간 兩極化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성급하게 경기과열을 걱정해 경기과열 논쟁까지 일고 있다.
원래 경기국면을 정확하게 진단해 대응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과거 경험을 보면 경기의 회복국면에서 오히려 浮揚策이 시행되고,위축국면에서 안정대책이 발동되어 정책대응이 경기순환의 진폭을 심화시키곤 했다.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과 그 대책으로서의 정책효과가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時差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대책에 있어서 더 큰 문제는 경기진단의 정확성 그자체보다도 경기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에 있다.지나치게 여론에 민감해 한다든가,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단기적으로 전시효과가 있어보이는 행정력에 의존하는 것 이 그 예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은 巨視的으로는 구조적 安定基調가 정착되지 않아 시장의 가격기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실이요,微視的으로는 산업구조 조정의 실패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국제경쟁력의 脆弱性이다.또 정신적으로는 경 제도덕성 상실로 인한 賤民資本主義化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는 王道가 따로 없다.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임시방편의 땜질식 미봉책과 對症療法에 급급할 때에는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 더욱 어렵게할 뿐이다.
요즈음 정부의 경제운용을 보면 시장의 가격기구를 활용하기보다여전히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를 규제하고,과거 낡은 틀의 직접규제방식으로 통화를 관리하다보니 주식시장의 혼란,물가의 불안,금리상승 사이에서 정책의 混調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경제가 당면해 있는 세계화 과제와 무한경쟁이라는 對內의여건 변화를 생각할 때 巨視경제 운용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두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간과되고 있다.그 하나는 아직도 개방경제(Open Economy)가 아닌 폐쇄적 시장, 불완전 개방경제를 전제로 하는 거시경제 정책수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그 정책효과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점이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국제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더구나 證市호황에 따른 외국자본의 대량 유입을 감안할 때 오늘날과 같은 개방경제에 있어서 구태의연한 정책수단으로는 유동성 조절이나 景氣調律이 어렵다.
완전 개방을 상정한 통화.금리.환율등 거시정책 변수의 조화가필요하고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효율적 배합(Policy Mix)이 요청된다.
또 다른 하나는 단기적인 巨視經濟政策이라도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경제이념과의 상관관계에서 수행되지 않으면 본질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왜냐하면 정부의 경제정책 이념이나 철학이 확고히 정립되지 않아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하면경제주체의 經濟力 結集과 同參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운용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과 호응을얻을 수 있는 정책 이념이 확실히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직 불확실하고 미흡한 감이 든다.
물론 文民政府의 新經濟도 自律性.一貫性.透明性이라는 理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新經濟이념은 국민에게 비전을 주고 국력을 통합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하기보다 오히려 정책집행 과정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節次的 價値基準에 더 가깝다.지금의 세계질서 변화와 진행되고 있는 개혁의 방향을 생각할 때 경제정책의이념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존중하는 人本主義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냉전시대의 이념적 대립 벽을 넘어선 오늘 지구촌의 공동 관심사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류 공동번영의 추구이기 때문이다. 人本主義 경제정책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최대로 존중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중시하는 정책이므로 국민의 생활안정과 삶의 質을 높이는데 경제정책의 초점이 주어진다.
깨끗한 공기,맑은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경제성장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계층간 衡平과 부문간 均衡이 깨진 富國政策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富國보다 富民이 우선 과거에는 성장위주의 富國政策이 중요시되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눈앞에 둔 지금은국민의 생활안정과 부문간의 균형적 발전을 지향하는 安民政策.富民政策이 더욱 중요시되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중시하고,구조적 안정기조를 추구하는 人本主義 경제이념 틀 내에서 景氣대응이나 巨視경제정책이 운용되지 않으면 안된다.
〈韓國신용정보사장.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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