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의 언론봉쇄 국회가 풀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편집증적으로 비뚤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에서 시작한 이 정권의 언론봉쇄는 이제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도 27일 노 대통령에게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을 우려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이 정권의 기자실 대못질은 이제 국제적 망신거리가 돼 가고 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란 미명으로 이 정권이 자행한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해 엊그제 대한변협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결의문을 채택해 항의했다. 급기야 어제는 그간 이 정권과 한목소리를 내던 민주신당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정부가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밀어붙이면 예비비 추가 사용 중지를 검토할 수 있다”며 이 정권의 막가파식 언론통제에 제동을 걸었다. 겉으로 말은 못하지만 정부 내 여러 부처의 공무원들도 이 같은 취재 제한 조치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조치에 찬성하는 사람은 대통령 측근을 빼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정권의 반민주적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이러한 전 국민적인 저항은 꼭 20년 전 6월항쟁 때와 흡사하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된 당시 반독재투쟁에서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했다. 그러나 군부독재 세력은 4·13 호헌조치로 민의와 정면충돌했다. 결과는 6·29 항복선언이었다. 그때의 민주화 투쟁 덕에 지금 떵떵거리는 게 바로 이 정권이다. 그런 정권이 작금의 언론탄압이 역사를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반역사적 폭거임을 진정 모른단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한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용기가 없어 그냥 뻗대기로 작정한 것인가.

우리는 노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이번 조치를 백지화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그 사이 피땀 흘려 세운 민주주의라는 집의 기둥인 언론 자유는 흰개미 같은 세력에 갉아먹히고 있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아무리 대선이 급해도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직무유기다. 국회가 나서서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지 민주주의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