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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경쟁력을 높이자' 새해 화두는 '자(自)테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李모(30·여) 과장은 최근 A대학의 경영대학원(MBA) 과정에 응시해 합격했다. 5학기로 돼 있는 MBA 과정의 학기당 학비는 4백만원을 넘는다. 만만치 않은 액수지만 큰 맘 먹고 등록을 했다. 수업이 있는 날 저녁엔 가족들이 두살난 아들을 봐주기로 했다. 李씨는 “일을 하면서 점점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꼭 승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맡은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자기 투자를 하는게 좋다는 생각에서 더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李씨는 수험장에서 회사 동료들 몇명과 마주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자(自)테크’가 새해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고 아껴 자기개발에 고군분투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억 모으기’로 나타나던 재테크 열풍이 새해들어 ‘자테크’로 옮겨 붙는 분위기다.

서점에선 시간관리나 자기경영 등 ‘생존형’도서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아침잠을 아껴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성공한다는 ‘아침형 인간’에 대한 책이나, 퇴근 후 3시간을 제대로 쓰라는 ‘저녁형 인간’에 대한 책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엔 ‘아침형 인간’이 되려는 이들이 만든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아침에 모여 함께 강의를 듣거나 운동을 하고, 잠을 깨워주기도 하면서 서로 자기개발 의지를 북돋워주고 있다.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 다이어리형 수첩인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 방법을 배우는 동호회도 성황이다.

A증권사의 朴모(37) 과장도 해가 바뀌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최근 우연히 본 토익(TOEIC) 시험이 4백점 대를 기록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업무에 바빠 영어에 손을 대지 못한 사이 실력이 많이 녹슬었다”며 “체계적으로 영어 공부를 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에 다니는 韓모(30)씨는 아예 도서관이 데이트 장소다. 다른 증권사에 다니는 여자친구와 함께 주말이면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韓씨는 “서로 격려하면서 미래를 준비하자는 취지”라며 “투자은행(IB)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내 가치를 먼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벽에 출근하기 전엔 온라인 강의도 듣는다. 이를 위해 잠자는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줄였다.

자기개발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엔 ‘샐러던트’라는 유행어도 등장했다. 직장인을 뜻하는 ‘Salaryman’과 학생을 뜻하는 ‘Student’의 합성어다. 회사를 다니며 동시에 학생으로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신세를 빗댄 말이다. 전문가들은 “삼팔선(38세에 퇴직)·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등의 말이 나돌 정도로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경쟁사회에서 쓰러지지 않으려는 직장인들의 몸부림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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