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EO들이 좌우명으로 꼽은 고사성어‘순망치한’의 유래는?

중앙일보

입력

기업을 이끌어가는 최고 경영자들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을 게 분명하다. 오늘의 이들이 있기까지 가장 힘이 되어 준 습관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가 26일 CEO 대상 정보 사이트인 SERI의 CEO 회원 413명을 대상으로 이 습관을 4자성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CEO 5명 중 1명꼴로(19.7%)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을 꼽았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듯이, 서로 돕는 것 중에 하나가 망하면 다른 쪽도 위태로워 진다는 말이다. ‘독불장군’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인맥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순망치한’은 춘추좌씨전 희공5년조(僖公五年條)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춘추시대 진(晋)나라의 헌공(獻公)은 괵이 자주 진나라의 변경(邊境)을 침략하는 데 화가 나서 괵을 멸망시켜 버리자고 중신들과 의논했다. 그러자 대부 순식(荀息)이 한 가지 계략을 상신했다.
“괵과 우(虞)는 입술과 이의 관계이므로 가장 좋은 방책은 우(虞)로부터 길을 빌려 우선 괵을 항복시키고 이어서 우를 뺏는 것입니다.”
그러나 헌공은 우나라가 과연 길을 빌려 줄지 자신이 없었다. 망설이자 순식이 말을 이었다.
“보석과 양마(良馬)를 보내면 탐욕스런 우공(虞公)이 듣지 않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순식에게 설득당한 헌공은 우공에게 보석과 양마를 보내어 길을 빌려 줄 것을 제의했다. 예물을 본 우공은 크게 기뻐하며 선뜻 그 제의를 승낙했다. 그러자 대신 궁지기(宮之奇)가 극구 만류했다.
“속담에 ‘입술이 망하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합니다. 우와 괵은 입술과 이의 관계에 있으니 괵이 멸망하면 우도 안전할 수가 없습니다. 길을 빌려 주는 일은 절대로 안 되는 행위입니다. 생각을 다시 하십시요.”
“경(卿)은 진나라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소. 진나라와 우나라는 모두 주황실(周皇室)에서 갈라져 나온 동종(同宗)의 나라가 아니요? 그러니 해(害)를 줄리가 있겠소?”
“괵나라 역시 동종이옵니다. 하오나 진나라는 동종의 정리를 잊은지 오래입니다. 예컨데 지난날 진나라 종친인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초(楚)나라 장공(莊公)의 겨레붙이를 죽인 일도 있지 않습니까? 전하 그런 무도한 진나라를 믿어서는 않됩니다.”
그러나 우공은 이 말을 듣지 않았다. 궁지기는 낙심하여 난을 피하기 위해 집안을 이끌고 우나라를 떠났다. 진나라 군사는 우를 지나 괵을 공략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멸망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돌아오던 길에 우나라를 공략했다.
사로 잡힌 몸이 된 우공은 궁지기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순망치한’과 비슷한 말로는 ‘순치지국’(脣齒之國), ‘순치보거’(脣齒輔車)등이 있다. 반대말로는 ‘보거상의(輔車相依)’가 있다.

CEO들은 이밖에도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말라는 뜻에서‘형설지공(螢雪之功)’, 끊임없이 새로운 아디디어를 추구하라는 뜩에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한 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라는 ‘와신상담(臥薪嘗膽)’,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는 습관인 ‘삼고초려(三顧草廬)’, 완벽함을 지향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히 결단한다는 뜻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이 그 뒤를 이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