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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기다리는 낙동강(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느 인류학자는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①자연에 대한 인간의 복종 ②인간과 자연의 조화 ③인간의 자연지배라는 세가지 관계로 파악했다. ①은 원시종교의 자연관,②는 동양의 철학과 종교의 정신,그리고 ③은 서양의 자연과학적 시각이라는 것이다.
70년대 후반 유럽의 한 시사만화가는 인간의 자연지배사상을 비판하는 만화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한사람이 채찍을 들고 의인화된 「자연」을 후려치고 있는데 자연은 채찍에 맞아 신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의 발밑에 깔린 다이너마이트의의 폭파스위치를 잡고 있는 장면이다. 의인화된 자연은 고통을 견디다 못하면 스위치를 눌러버리겠다는듯 음험한 미소를 띠우고 있다. 선진국들의 뒤를 이어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에 한창 열을 올리기 시작하던 시점에 나온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공업화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종래는 파괴된 환경에 의해 큰 보복적 재난을 당하게 되리라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20여년전의 이 경고는 불행하게도 적중해가는 여러가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현상과 오존층 파괴,열대우림의 사막화,생물종의 감소,대기와 수질의 오염 등 전 지구적 현상이 그 실증적 사례들이다. 한편으로는 이를 저지하고 극복하려는 기술적인 노력들이 상당한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저지와 극복보다 훼손과 파괴의 속도가 앞서고 있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도시에 내리는 비와 눈의 산성도는 해마다 높아가고 있다. 2개월전에 소동을 일으켰던 낙동강 수질오염은 지금까지 그 구체적인 오염원조차 찾지 못한채 그대로다. 최근에 또 부산시내 수돗물처럼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악취가 나 주민들은 식수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단속하고 개선책을 발표했음에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정책적·기술적 통제능력의 한계를 이미 벗어난 느낌이다.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한바탕 폭우라도 쏟아져 오염된 강물을 쓸어내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파괴된 자연이 보복의 다이너마이트를 이미 터뜨리기 시작한 징후가 아닌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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