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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정부 부담 떠넘긴다" 노령연금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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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오산시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긴급 건의문을 보냈다. 내년부터 중.저소득층 노인에게 월 9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주면 가뜩이나 어려운 시의 재정이 더욱 악화할 게 뻔하니 대책을 세워 달라는 내용이다.

인구 14만 명의 오산시는 지방세로 거둬들이는 돈이 연간 47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 중 30억원 정도를 노령연금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 돈만큼 도로 건설과 같은 지역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는 비용이 줄어든다. 오산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형편을 감안해 노령연금에서 지방 부담을 줄이고 중앙정부가 내는 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령연금으로 재정에 비상이 걸린 곳은 오산시뿐만이 아니다. 특히 노인 인구 비중이 높으면서 지방세 수입은 적은 농촌 지역이 문제다. 충남은 내년에 600억원, 전남.경남.강원도는 300억~400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적으로는 84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시도의회의장협의회.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의 4개 단체는 22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노령연금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비용은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원인은=복지부와 국회는 기초노령연금법을 만들면서 지자체가 재정 상태와 노인 인구 비율에 따라 노령연금의 10~60%를 내고 나머지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평균 부담률은 30% 선으로 추산된다. 복지 재원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원칙 때문에 지자체가 노령연금 재원의 상당액을 떠안게 됐다.

지자체의 노령연금 부담은 2009년 1조1100억원, 2015년 2조3100억원, 2028년 11조13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지방자치 관련 4개 단체는 ▶노령연금에서 지자체의 부담을 낮추거나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돌려 지방 재정을 확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는 노령연금을 덜 부담하도록 공평하게 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재원 마련에 고심=지자체에서는 노령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인에게 월 1만~2만원씩 지급했던 교통수당을 없앨 계획이다. 노령연금이 도입되면서 기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극빈층 노인에게 지급했던 경로연금(월 3만~5만원)은 없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기존의 노인 복지 재원을 줄이더라도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추가로 수백억원 규모의 노령연금 재원을 조성해야 한다.

충남에서는 교통수당 등을 폐지해도 노령연금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할 액수는 4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도 박준택 경로복지 담당은 "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수백억원의 노령연금 예산을 책정하면 다른 개발사업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대석.전익진.주정완 기자

◆기초노령연금=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에게 매월 약간의 생활비를 보태주는 제도. 내년 1월부터 만 70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고, 내년 7월부터는 지급 대상이 만 65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된다. 소득 수준이 전체의 60% 이하인 노인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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