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 큰변화 없을듯/헤브론시 참사 어떤 영향 미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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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라빈­아라파트 후유증 최소화 노력/과격회교도 대응이 변수
헤브론의 학살사태는 팔레스타인 평화협정 체결로 한때 진전을 보이던 중동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나 PLO측 모두 이 사태로 인해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이 타격을 받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전반적인 중동사태의 악화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빈 총리와 아라파트 의장은 이번 사건이 매우 돌출적인 것으로 새로운 「폭력의 악순환」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양쪽 주민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평화협정의 진행에 불만을 가져온 일부 과격 게릴라 단체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후 이미 12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인과의 충돌과정에서 사살됐으며 예루살렘에서는 이스라엘 경찰이 산상교회에 몰려든 12만명의 아랍인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반대하는 강경 회교원리주의자들,그리고 권위주의적 통솔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PLO 내부의 견제세력에 의해 이미 입지가 좁혀진 아라파트 의장은 미 CNN TV와의 인터뷰에서 『회교사원에서 일어난 이번 일은 비극이며 평화협상 전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급회의를 위해 PLO 지도자들을 튀니스로 소집했다.
그러나 아라파트 의장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하는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라빈 총리는 이번 사건 때문에 역설적으로 운신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전적인 유대인 정착운동이 약화돼 고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과 PLO측이 자치협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창호기자>
◎유혈현장 헤브론시 이모저모/아브라함 묻힌 유대·기독·회교 성지/과격회교파선 “아라파트 암살” 경고
팔레스타인인 학살사건이 발생한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시는 유대교도 뿐만 아니라 회교도·기독교도들이 모두 아브라함이 묻힌 성지로 기리는 땅이다.
1927년 유대교도 67명에 대한 집단 학살사건이 헤브론시에서 발생했고 이스라엘이 건국된후 1967년 중동전쟁을 계기로 동굴앞 계단은 파괴되고 유대교도들은 수세기만에 처음으로 성지를 자유로이 순례할 수 있게 됐다.
헤브론시의 인구는 팔레스타인인 7천명에 유대인 5백명. 그리고 막펠라굴 부근에는 주요 모스크가 2곳,여성전용 모스크 1곳,그리고 유대교사원 1곳이 있다.<헤브론 afp="연합">
○…50여명의 인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헤브론시 회교사원 학살사건의 현장은 피와 살점이 뒤범벅된 처참한 아비규환을 연출.
목격자인 아브델 하페즈 이드리스씨는 25일 새벽 5시45분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신도 8백여명이 사원안에서 묵상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번개치듯 총소리가 터져나왔다고 전하고 범인 골드스타인은 예배자 1m 앞에서 총을 난사한뒤 수류탄을 처음에 1개,곧 이어 3개,그리고 다시 2개를 더 던졌다고 당시의 공포장면을 전언.
○…이스라엘군은 당초 범인 골드스타인이 자살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 경찰은 검시 결과 골드스타인이 맞아죽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
○…헤브론시 회교사원 학살사건에 사용된 이스라엘제 가릴 자동소총은 밀폐된 공간에서라면 수분만에 1백명 이상을 사살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고 한 이스라엘군 고위장교가 25일 소개.
이 장교는 구경 5.56㎜,무게 3.75㎏으로 분당 7백50발을 발사할 수 있는 가릴 소총의 탄창에는 35발의 탄환이 들어간다고 소개하면서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몇초만에 탄창을 갈아 끼울 수 있기 때문에 밀폐된 장소일 경우 몇분내에 1백명 이상을 죽일 수 있다』고 설명.
○…과격파 회교원리주의 단체인 팔레스타인 해방인민군은 25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이 이번 학살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라파트 의장을 암살하겠다고 경고. 강경 회교원리주의 단체인 하마스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내 목표물과 군병력,정착민들을 공격하기 위한 긴급 군사계획의 이행을 명령했다』면서 하마스소속 전사들에게 최대한의 보복공격을 감행하라고 촉구.<외신 종합>
◎학살범 「골드스타인」은 누구/미서 이민한 의사… 아랍인은 치료거부/피살된 유대교 극단파 카하네 추종자
헤브론시 팔레스타인인 학살사건의 범인인 바루크 골드스타인(38)은 아랍인에 대한 폭력행사를 주창하고 이들을 이스라엘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다 90년 피살된 유대교 랍비 메이르 카하네의 추종자.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골드스타인은 81년 유대계 학교인 예시바대 의대를 나와 당시 카하네가 책임자로 있던 유대 방위동맹에 가입했으며 이스라엘로 이주해서는 카하네가 만든 반아랍단체인 카치당의 열성분자로 활동하면서 키르야트 아르바 정착촌내 카치당 대표일을 맡기도 했다.
골드스타인은 11년전 이스라엘에 정착,헤브론시 부근 키르야트 아르바 정착촌 응급의로 일했으나 동료들은 골드스타인이 아랍인들을 너무도 혐오해 아랍인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들은 골드스타인이 지난해 12월 친한 친구와 그 아들이 이슬람 과격파들에 의해 피살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 사건후 아랍인들에 대한 테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르바 정착촌의 라마티 대변인은 골드스타인이 이슬람 교도들을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로 간주,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모이는 사원을 테러 장소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예루살렘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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