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장마인가 호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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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해는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8월 들어 많은 비가 내렸다. 이 같은 이상 강우는 일상생활이나 경제사회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70년 후반부터 여름 평균 강수량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강수기간도 늘어 강수량의 패턴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기상청 통계를 보면 남한의 강수량은 61~90년 30년 동안 7월 평균이 270㎜, 71~2000년 7월 평균은 263㎜로 약 7㎜ 감소했다. 반면 8월은 같은 기간 평균이 각각 237㎜와 263㎜로 약 25㎜ 증가했다. 또 61~90년 7월 강수량이 8월보다 많은 정규 관측지점수가 전체 지점 67개 중 56개였으나, 71~2000년 사이는 37개로 19개나 줄었다. 8월은 거의 모든 관측지점(65개)에서 강수량이 증가했다. 또 6월과 9월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71~2000년 사이에 강수량이 약간 증가했고, 6월은 강수지점수가 감소하는 반면 9월은 증가했다. 다시 말해 장마 시작 때는 별 변화가 없으나 8월에는 강수량이 거의 전역에서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원인은 여름철 우리나라 근처에 수증기가 많은 데다 남쪽에서 수증기가 계속 유입돼 강수원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후 변화에 대해 자연적인 기후변화인지, 인위적인 변화인지에 대한 논증은 기상학자들 사이에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P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결과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상온도가 증가하면 해수면으로부터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더 많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히 강수도 많고, 강도도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지역 장마는 중국에서 메이위, 일본에서는 쓰유, 혹은 바이우라 부른다. 모두 매우(梅雨)를 각자 자기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여름 몬순의 결과로 나타나는 장마는 우리나라에서 보통 6월 25일을 전후로 꽤 정확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장마기간은 10일도 채 안 되는 해가 있는가 하면, 8월 초순까지 45일 가까이까지 길어지는 해도 있다. 기상학적으로 장마전선으로 내리는 비를 장마라 일컫는다.

그러나 장마기간 후에 내리는 비를 국지성 호우라 부르지만 기상학적으로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게릴라성 호우라는 말도 용어로서 적절치 않다. 비의 성격에 따라 장마, 또는 호우라 부를 수 있겠으나 장마기간과 장마 후의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 대기 흐름을 보면 비를 내리는 기상 배경을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즉 장마기간인 7월에도 호우가 빈발하고, 장마 후에도 장마 같은 긴 비를 내리는 기상 배경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2차 장마도 있다. 기후 변화가 커지면서 이러한 문제를 학술적 연구와 논의를 거쳐 분명히 해 우리나라 강수량 패턴의 변화에 사회·문화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기상예보 중 강수 및 강수량 예보가 가장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강수예보가 일상생활, 경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하면 관측·수치예보·예측능력을 키워 강수량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 강수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면 장마기간에도 야외활동을 늘리고, 계절상품을 적기에 출시하는 등 강수와 민감한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다. 장마가 끝나면서 집중되는 휴가로 인한 고생을 줄이거나, 장마가 길어지면서 휴가계획이 차질을 빚는 등의 사회적 부담을 덜 수도 있다. 이러한 강수 패턴의 변화가 실제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변화라면 이에 따른 농림·수자원·건설 등 강수량 변화로 나타날 문제에 대해 사회적·국가적 장단기 대책 마련에 나설 때다.

이동규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