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다큐 피해의식 탈피-만행고발식 지양 문화적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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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1절 특집 다큐멘터리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3.1절 특집이 주로 일제 만행 고발을 주로 다루어오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한.일 관계를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한다큐멘터리가 주종을 이뤄 눈길을 끈다.
이같은 변화는 식민지 시대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한.일 관계를 폭넓게 조명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번 3.1절 특집중 가장 관심을 끄는 프로는 한국 고대문화에 대한 동경과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의 한 작은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은 MBC-TV『난고손 사람들』(3월1일 아침8시).
난고손은 패망한 백제 왕족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해 살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2천8백여명의 주민들은 요즘도 백제왕족을 마을신으로 모시면서한국어와 사물놀이를 배우고 김치를 만들어 일본 각지에 보급하고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동안 현지취재로 제작된『난고손 사람들』은 난고손 주민들의 생활에 배어 있는 한국문화의 흔적을추적해 과거의 한.일 관계를 더듬어 보게 된다.
일본의 미야자키 TV(UMK)는 86년부터 난고손 사람들을 소재로 특집프로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1월26,31일에는 MBC제작진의 프로제작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MBC-TV의 『일제 36년,또 하나의 역사』(28일 밤10시55분)도 접근방법이 색다른 작품.여기에서는 지금까지 말로만전해지던 일제 풍수침략의 실체를 규명한다.
일제가 한 민족의 기를 끊어 놓기위해 전국의 명산에 박았다는쇠말뚝을 찾아내고 종묘.사직공원.창경궁에 대한 풍수침략 사례도밝힌다. 그리고 조선총독부(현재 국립중앙박물관)건물이 어떤 풍수적 목적하에 건축됐는가도 알아본다.
지난 10여년간 전국 명산의 쇠말뚝을 찾아 제거해 온「우리를생각하는 모임」회원들과 신용하 서울대교수,이현희 성신여대교수등관련학자들의 해설도 곁들여진다.
SBS-TV가 27,28일 밤10시55분 2부작으로 방영하는『3.1절 특별기획』은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집중 추적했다. 1부「돌아와야 할 국보」는 일제때 한 일본 원로 고고학자가 훔쳐간 삼국시대의 금귀고리등 금장신구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을 비롯,안견의 몽유도원도,신라금동불상등 국보급 문화재들이 소개된다.
2부「일본속의 한국혼」에서는 세계적인 금속공예 걸작인 신라종4구와 고려청자,이조백자 명품들이 소개된다.
한편 KBS는 인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일본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하는『다큐멘터리 731부대』를 2TV를 통해 1일 아침10시에 방송한다.
731부대의 만행은 국내에 개봉된 영화『마루타』를 통해 폭로된 바 있다.방송3사의 이번 3.1절 다큐멘터리는 공들인 제작에도 불구하고 편성시간이 아침과 심야의 사각지대에 편성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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