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 정창영 옮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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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활입니다/ 그대들의 아이들이 살아 있는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날아가도록 / 그들을 쏘는 활입니다/ 활 쏘는 분은 무한의 길 위에서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날아가도록 / 그대들을 힘껏 당겨 구부립니다’ (아이들에 대하여)

1923년에 출간되어 20여개의 언어로 번역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은 역자 정창영 씨는 이 책이 ‘현대의 성서’로까지 불리게 된 이유를 “문학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오히려 책 속에 담긴 메시지의 깊이 때문”으로 꼽는다.

책은 알무스타파라는 예언자가 오팔리스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띤다. 사랑·결혼·아이들·일·주는 것·기쁨과 슬픔·말하는 것·죽음 등 총 26가지의 테마에 대해 지브란은 알무스타파의 입을 빌려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질문을 하는 오팔리스 사람들의 직업도 그 궁금해하는 테마만큼이나 다양하다. 아이의 엄마, 부자, 주막집 주인, 농부, 은자, 늙은 사제 등은 그들의 직업을 빌린, 우리 삶의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결혼생활에서의 부대낌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슴프레 감지하는 이들에겐 상처의 치유와 동시에 재생의 물꼬는 터주는 듯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함께 있되 / 그대들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하십시오. /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하십시오. / 서로 사랑하되 /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십시오. / 그보다는 사랑이 / 그대들 두 영혼의 기슭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결혼에 대하여)

크고 작은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겐 ‘그대들의 고통은 거의 모두 / 그대들 자신이 선택한 것입니다. / 고통은 쓰지만, 그러나 고통은 / 그대들 내면의 의사가 / 그대들의 병든 자아를 치료하기 위해서 처방한 약입니다. / 그러므로 그 의사를 신뢰하십시오.’(고통에 대하여)라는 차분한 어조로 다시 일어날 힘을 준다.

물병자리에서 펴낸 『예언자』는 산문시 형태인 원작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행갈이를 해 운문성을 더했다.

영한대역 형태로 책 본문에 원문 전문을 수록하고, 초판본에 실려 있던 지브란의 그림 12점을 모두 싣는 등 당시 지브란의 호흡을 그대로 옮기려 한 노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48년이라는 지브란의 짧은 생애를 연대별로 자세히 정리한 부록은 현실적인 책임과 초월적인 자유 사이에서 힘겨워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 자료제공=물병자리(02-735-8160)

◆ 지은이 칼릴 지브란
시인이자 철학자 화가였던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에서 태어났다. 그의 시는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으며, 조각가 로댕이 시인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과 비교하기도 했던 그의 그림은 세계 여러 대도시에서 전시되었다. 생애 마지막 20년을 미국에서 살면서 영어로 글을 썼다. 저서로 『눈물과 미소』『부러진 날개』『광인』『선구자』『사람의 아들 예수』등이 있다.

◆ 옮긴이 정창영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30여년을 경전 연구와 번역에 전념했다. 현재 천문(天文) 정보를 일상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옮기고 엮은 책으로 『티벳 사자의 서』『도덕경』『요가 수트라』『종교에 매이지 않는 그리스도인』『초인들의 삶과 가르침을 찾아서』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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