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대표 「대미친서」/여야,사대외교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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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와 협의 없어 혼란만 초래”/여/“미국 눈치만 보면서 자제하라니…”/야
야당 대표의 친서를 둘러싸고 여야가 사대외교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홍순영 외무차관이 16일 이기택대표를 찾아가 외교 혼선을 이유로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전달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민자당의 하순봉대변인이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고,민주당은 다시 설훈 부대변인 논평으로 『미국의 무기 강매로 핵문제가 악화일로에 있어도 수수방관하며 미국의 눈치만 본 것이 오히려 사대주의』라고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논점은 사대여부다.
하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북한 핵같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미묘한 문제는 국익 우선의 외교정책에 따라 정부와 협의해 초당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와 협의없이 친서를 보내는 것은 외교상의 절차를 무시한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대는 정부측이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설 부대변인은 정부가 ▲미국의 무기 강매에 따라 핵문제가 악화돼도 미국의 눈치만 본 것 ▲당사자면서도 핵문제 해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 ▲중국 정상이 한국에 와야 할 차례인데도 우리 대통령이 또다시 북경으로 찾아가 만나는 것 등을 사대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기택대표도 『우리 정부가 완전히 배제된 채 민족의 운명을 남의 나라에 맡긴채 야당에게 자제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문제는 창구단일화다.
홍 차관은 한승주 외무장관이 미국에서 외교활동을 펴고 있는 때 야당에서 별도의 친서를 보내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 대변인도 『(야당의 친서는)외교정책 추진에 혼선만을 초래할 백해무익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친서가 오히려 한 장관의 활동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괄타결로 매듭지어져가는 핵문제를 한미 정상회담에서 틀어버리고 이제와서 다시 대화를 주장하는 김영삼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팀스피리트훈련 중단과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반대 등은 정부가 하기 어려운 말을 야당이 입을 빌려주는 것으로 「초당외교」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조건 창구 단일화·한 목소리만 강조하고 야당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등 초당외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기택대표는 이번 대표연설에서도 북한 방문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한다. 당초 정부와 사전협의없이 추진하려던 생각을 바꿔 이제 사전협의를 강조하고 있다. 친서논쟁을 계기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초당외교 논쟁이 뜨거울 전망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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