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NLL 논란 … 이재정 본심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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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장관은 16일 국회에서 "지난번 서해교전은 방법론에 있어서 우리가 한 번 더 반성해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서해교전 반성' 운운은 NLL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장관은 NLL을 영토 개념이 아니라고 한 적이 있어 그의 본심이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는 비판이 일부에서 일고 있다.

이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국방부 당국자들은 허탈해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16일 국회 '민족 화해와 번영을 위한 남북 평화통일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군 관계자는 이날 "서해교전은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데 '반성' 운운하니 무슨 의도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해교전은 북한이 도리어 반성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해군은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바다에서는 쓰지 않는 대전차용 RPG-7 로켓으로 무장한 채 우리 해군의 고속정 참수리-357 선체 밑부분을 공격했다. 물속에 잠긴 선체에 구멍을 내 참수리-357을 침몰시키려는 의도에서였다. 당시 윤영하 소령 등 우리 장병 6명이 전사하고 참수리-357은 침몰됐다. 서해 NLL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었다.

이 장관의 NLL 관련 발언에 대해 군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군사분계선처럼 사수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의 발언이 우리 군의 NLL 사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합참은 북한의 NLL 침범에 대비해 해군 일선부대에 '북한이 도발해 오면 자위적 차원에서 현장에서 끝내라'고 지시해 놓고 있다. 일각에선 이 장관이 NLL 문제를 2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북한은 1973년부터 NLL 재설정 문제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북한이 99년 9월 주장한 서해 해상경계선과 2000년 3월 발표한 서해 통항질서에 따르면 우리 영토인 서해 5개 섬(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주변의 바다가 북한의 관할 아래 넘어가게 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경계선은 황해도.경기도의 경계선과 우도를 지나 서남쪽으로 그어진다. 이를 수용하면 서해의 어장 1만여㎢ 이상을 내주게 된다.

남측이 이를 일축하자 북한은 지난해 5월 "국제 규범에 따라 서해 해상경계선을 긋자"고 자세를 바꾸었다. 이럴 경우 남북 간 해상경계선이 됐던 NLL은 없어지고 서해 5도 주변 12해리(22㎞)까지만 우리 영해로 인정된다. 그 바깥의 바다는 공해가 돼 북한 함정이 인천 앞바다 덕적도까지 근접할 수 있다. 북한 해군의 위협은 더 커지고 무력 충돌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군 관계자들은 "정전협정뿐만 아니라 국제법에도 위배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kimseo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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